2024년 회고: 꾸준히, 수련해서, 의외의 성공을
작년에는 상반기, 하반기를 나눠 목표를 잡고 회고를 했었다. 그래서 올해도 상반기 목표를 잡았는데 상반기에는 회고를 못하고 몰아서 하게 됐다. 연말이 되어 상반기 목표 글을 다시 보니 감회가 새롭다. 아주 잘 된 것도 있고, 얼마 안 가서 그만한 것도 있고.
며칠 전에는 기년회로 2024년을 짧게 돌아봤는데 그 내용을 포함하여 2024년의 주요 경험을 정리했다. 올해 초부터 PARA Method로 노션에서 Project와 Area를 잘 기록해왔는데 보니까 Area 대부분이 연말 회고 대상이다. 원래 목표 리뷰도 하려고 했지만 너무 길어져서, 2025년 목표글 쪽으로 보내려고 한다.
가족
작년 11월에 여은이와 같은 생일로 태어난 둘째 효은이. 본격적인 신생아 육아를 하면서 참 힘들기도 힘들었고 행복하게 웃기도 많이 웃었다. 여은이도 동생 질투 안하고 잘 돌봐주며 무척 많이 자랐다. 죽어라 엄마 찾던 효은이가 얼마 전부터는 조금씩 걷기 시작해 부쩍 기분이 좋아졌는데, 바로 감기에 걸려버려 또다시 집안에 지옥이 찾아왔다.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자연스레 한 명씩 분담해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평일 낮에는 아내가 효은이를 돌보고 밤에는 내가 재웠다. 대신 주말에는 주로 내가 여은이를 데리고 돌아다녔다. 주말에 가족들과 어떤 일이 있었는지도 거의 매주 기록했다. 여은이의 귀여운 말과 행동이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져 좋다.
반대급부로 아내와의 (특히 육아 얘기를 제외한) 대화는 급격히 줄었다. 내가 회사 업무를 파트타임으로 전환하고 1인 사업자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급격히 업무량이 많아진 탓도 있다. 나보다 육아에 훨씬 더 시간과 에너지를 써준 아내에게 이 글에서나마 감사와 사과의 말을 남긴다.
아내의 제안으로 우리 가족이 올해 내내 지킨 것은 월 1회 가족회의였다. 한 달에 한 번 그 달에 기억나는 사건을 그림으로 그리고, 각자 발표하는 시간. 12월 가족회의를 끝내고 처음부터 살펴보니 여은이의 그림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게 가장 눈에 띄었다. 이 가족회의 덕분에 우리 가족의 행복이 그래도 잘 유지되었다고 생각한다.
지난 주부터 시작한 건 '매일 10분 눈 마주치고 대화하기'. AC2의 이상현님께 코칭을 받으면서 도출한 솔루션이다. 이걸 꾸준히만 하면 힘듦을 서로 나누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애정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믿는다.
메인 업무 - 컨설팅과 회사
컨설팅
위에도 썼듯, 올해 4월부터 xl8 근무는 주 3일 파트타임으로 전환하고 월요일과 화요일은 1인 사업자로 일했다. 이렇게 한 이유는 복합적이지만, 어쨌든 내가 개인적으로 하고 싶은 일에 시간을 훨씬 더 많이 쏟을 수 있게 됐다.
원래는 개인적으로 앱 개발도 하고 블로그 글도 많이 쓰려고 했는데 어쩌다 보니 코칭, 교육 쪽에 시간을 많이 쏟게 됐다. 그리고 정신 차려보니... 라기보다 인맥을 통해 소개받아 기업 대상으로 큰 계약을 따냈고, 그걸 아직까지도 하고 있다. 그 계약도 처음에는 코칭으로 가볍게 간 거였는데 결국은 훈련 워크숍 설계도 하고 CMS도 구축해주는 식으로 일이 엄청 커졌다.
솔직히 컨설턴트로 시작한 첫 해에 이정도 매출을 올리게 될 줄은 몰랐다. 저금한 돈 까먹으면서 이것저것 시도해봐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여차저차하면 작년보다 더 벌 것 같다. 돈뿐만 아니라 컨설턴트로서 일을 설계하는 능력, 협상 능력, 개발 능력, 기획 능력 등 많은 부분에서 큰 성장이 있었다.
이는 물론 아주 좋은, 의외의 성공이지만 그만큼 내 개인 시간을 많이 투자하게 되기도 했다. 원래 하고 싶었던 것과는 좀 거리가 멀어진 셈이다. 신생아 키우며 아내도 힘들어하고. 그래서 2025년에는 어떻게 할지 고민중이다.
XL8
회사에서는 자연스레 내 역할을 축소하고 거의 '자막 편집기 개발자'로 일했다. 그래도 이 역할을 맡기 시작할 때 목표했던 것들은 거의 이뤘다. 레거시와 버그는 많이 줄었고, 퍼포먼스는 많이 늘었고, 불편한 UX는 많이 개선되었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들의 많은 호평을 받고 있다. (아직 React 버전 업그레이드, 디자인 개선 등 큰 산은 몇 개 남아 있다)
이 과정에서 주효했던 건 디자인 요소를 줄이고, 우리가 직접 기획하기보다는 고객들이 원하는 것 위주로 빠르게 내보낸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그러한 요구사항이 거의 다 해결됐기 때문에 다시 우리가 뇌를 써야 하는 시기가 왔다. 그래서 내년에는 에디터에 AI 편집 기능을 더 많이 붙이고, 또 회사 제품의 타겟 유저군도 더 확대할 만한 개발을 하게 될 것 같다.
건강
정신적 건강 (데일리 루틴)
올해 꾸준히 한 게 여럿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잘 한 건 일일 루틴을 꾸준히 기록한 것이다. 사실상 이게 올해의 나를 만들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2024년 목표 글에서 "습관 설계 시트를 통해 하루하루 충실히 살면서 자연스럽게 목표에 접근하도록" 설계했다고 썼었는데 의도대로 이뤄진 셈이다.
기록 항목과 형태는 조금씩 조정하며 달라졌지만(주말은 루틴을 안 하고 평일만 기록한다거나) 그래도 전체 일수의 대략 70% 정도는 루틴을 기록하며 살았던 것 같다. 12월 말인 현재는 수면, 햇빛, 산책, 운동, Anki, 아내와 대화, 정신차리고 행동하기 총 7개의 점수를 셀프로 매기고 짧은 기록을 남긴다.
점수 기준은 초기에는 엄격하게 체크하다가 나중에는 그냥 내 감으로 했다. (아내와의 대화는 시작한지 얼마 안 돼서 기준을 템플릿에 넣어두었다) 이렇게 루틴 기록을 남기고, 전반적 만족도를 적고, 저널도 썼다. 루틴을 기록하지 않은 날도 저널은 남기려고 노력했다. 365일 중 300일 이상은 썼을 것 같다. 저널이 블로그 글로 바뀐 적도 많다.
이렇게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건 대부분 AC2 디스코드라는 커뮤니티 덕분이다. 누구에게 공약을 걸거나 한 건 아니었지만 이 작은(?) 사회적 장치가 내게 큰 힘이 되어주었다. 저널 쓰고, 운동하고, Anki 하는 것들을 모두 디스코드에 남긴 덕분에 습관 유지가 가능했다.
데일리 루틴이 내게 준 변화
올해 내내 나와 함께한 데일리 루틴 기록은 3가지 면에서 긍정적 변화를 만들어주었다.
- 메타인지가 높아졌다. 내가 어떤 상태에서 어떤 활동을 했을 때 그 날의 만족도가 높아지는지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신차리고 살기'의 점수가 전체 만족도와 상관관계가 아주 높았다. 그리고 '정신차리고 살기'는 '작업등대'를 만들고 시작했으면 높아졌다. 그래서 작업등대 또한 더 자주, 더 꾸준히 세우면서 계속 템플릿을 발전시키게 됐다. (작업등대 얘기는 몇 달 전부터 글 하나를 따로 쓰려고 했는데 아직도 못했다...)
- 새로운 습관을 설치하기 유리해졌다. 이미 내가 꾸준히 하고 있는 것들이 있으니 거기에 자그마한 행동을 덧붙이면 된다. 여은이 등원을 시킨 다음에는 산책을 하며 햇빛을 쐬는 건 이미 습관이 되었다. 그래서 새로 시작한 '아내와 10분 대화하기'는 산책 직후에 한다. (물론 이런 조건부 습관은 앞선 트리거가 없어지면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여은이 방학으로 등원을 안 함 → 산책을 안 함 → 대화를 안 함)
- 번아웃을 조기 감지하고, 조기 탈출할 수 있었다. 올해는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정체성으로 일을 정말 많이 벌였다. 1인 사업자로서 나를 시험하고 살아남기 위한 여러가지 시도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데드라인이 몰리고 육체적으로 힘들 때(특히 내가 아프거나, 가족이 아프거나) 무기력감이 툭하면 찾아왔다. 이럴 때는 기록 자체를 안 하거나, 점수가 빠르게 낮아졌기 때문에 조기 감지하고 탈출 액션을 취할 수 있었다.
이중 번아웃 관련해서는, 올해 무기력감이 왔을 때 3번 정도 웹소설 앱을 설치해서 며칠간 미친듯이 읽었다. 근데 이렇게 쉬어서 번아웃을 탈출한건 아니다. 이 시기는 오히려 내가 점점 더 안좋아짐을 느꼈다. 정확히 저널과 루틴이 다 비어있던 시기와 겹치기 때문이다.
결국 회복은 데드라인에 못이겨 앱을 삭제하거나, 블로그 글을 다시 쓰면서 효능감이 생기면서였다. 그래서 이게 번아웃 탈출 전략임을 알게 됐다. 아, 그러고보면 유튜브에 중독됐다가 끊은 사건도 있었다. 지금도 내 핸드폰 유튜브는 로그아웃 상태라서 매우 만족스럽다.
육체적 건강
2021년 중순부터 주 3-4회씩 같은 체중계로 아침 공복 체중을 기록했다.
신혼 때 찾아왔던 갑상선 항진증으로 58kg까지 내려갔던 체중이 갑상선 파괴 후 확 쪄서 최고 73kg까지 찍었다. 올라간 체중과 함께 Huberman을 접하면서 건강에 대한 관심이 크게 올라와, 2022년부터 만들어 조금씩 조정한 좋은 건강 습관을 올해도 잘 유지했다. 햇빛, 산책, 간헐적 단식, 운동. 덕분에 10여년 전 몸무게와 허리둘레로 돌아왔다. (물론 아내는 너무 급격히 빠지는거 아니냐며 걱정했지만...)
운동은 1월까지는 자세교정 PT 받고, 거기서 배운 코어운동으로 2월부터 혼자 해야겠다 마음먹었지만 조금씩 무뎌졌다. 심하면 주 1회도 (푸시업 몇 번 외에는) 운동을 안 할 때도 있었다. 목표가 없어서 그런가? 싶어서 8월부터는 목표를 잡고 철봉 매달리기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막 하다가, ChatGPT와 함께 훈련 전략을 몇번이고 수정하면서 계속하니 재미도 붙고 근육도 붙었다. 그래서인지 기대했던 대로 운동을 빼먹지 않게 되었고, 전완근이 발달하면서 아이들을 안아주기 좋아졌다는 소소한 장점도 있었다. 12월 4주차에는 드디어 1차 마일스톤이었던 90초를 넘겨 8월 초 대비 50%가 늘었다. 풀업은 갯수를 늘리려고 하진 않았는데 해보니 5회가 가능해져서 이것 또한 즐겁다. 내년에도 계속할 예정.
글쓰기
블로그
상반기 목표 세우면서 메일리 뉴스레터와 노션 블로그를 떠나 고스트 블로그 하나로 모아야겠다고 결심했고, 실행에 옮겼다. 비록 '옮긴 과정도 블로그로 써야지', '영어로도 올려야지', '프리미엄 구독자 많이 늘려야지', '계획한 포스팅 많이 해야지' 같은 것들은 죄다 지켜지지 않았지만 옮긴 것 자체에 만족한다.
2024년에 새 블로그에 올린 글은 89개다. 1월에 노션 블로그에 쓴 글까지 합치면 총 94개. 분기별로 보면 1분기 36개, 2분기 24개, 3분기 17개, 4분기 17개. 갯수가 엄청 중요한 건 아니지만 +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줄어들긴 했지만 이쯤 쌓이니 뿌듯하다. 100개 채웠으면 더 기분 좋았을라나. 블로그 글이 적어진 시기가 딱 크게 번아웃이 왔던 시기인데, 이게 3개월에 한번씩 온 게 흥미롭다.
- 1월 11개, 2월 11개, 3월 14개
- 4월 20개 (4주 글쓰기 챌린지), 5월 0개 (챌린지 여파로 번아웃), 6월 4개
- 7월 9개, 8월 1개 (인프콘 발표, FEConf 발표, 컨설팅 등 일이 몰려서 번아웃), 9월 7개
- 10월 7개, 11월 3개 (효은 돌, 결혼식 여러 번, 각종 가족행사로 번아웃), 12월 7개
글의 소재는 육아 얘기, Anki 하며 공부, 산책하고 저널 쓰다가 생긴 감상, 누군가와 대화하거나 교육 들은 것, ChatGPT와 대화 등등 다양했다. '기획'해서 쓴 글은 진도가 잘 안 나가고, 즉흥적으로 휘리릭 쓴 글이 독자 반응이 좋은 적도 많았다. 여전히 내 글의 최중요 독자는 나라서, 그냥 내키는 대로 쓰고 있다.
뉴스레터
그래도 독자를 더 신경쓰며 작성하는 건 뉴스레터. 총 31개 보냈고 구독자는 450명, 평균 오픈율은 50% 언저리다. 테마가 뚜렷하지 않고 (삶의 밀도를 높인다 = 내가 그냥 하고 싶은 말), 글도 거의 다 퍼블릭 액세스라서 구독 안해도 보이는데 구독자가 조금씩 늘고 있어서 감사할 따름이다. 메일리에서는 뉴스레터 중단했다고 적어뒀는데도 구독해주시는 분들이 은근히 월 1-2명씩 생기고 있어서 이것도 신기하다.
SNS
SNS는 페이스북은 더 적게 하고 링크드인은 더 많이 했다. 블로그 쓸 때마다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에 올렸는데 어느새 링크드인 팔로워가 1,000명이 넘었다. 페이스북은 더 많긴 하지만 가계정이 워낙 많아서 실제로는 링크드인이 이제 페이스북보다 팔로워가 많아졌을 것 같다.
페이스북이 너무 지저분해서 + 사람들이 많이 떠나서 매번 떠날까 고민하지만 글 올리면 나름 읽어주시는 분들도 있고, 좋은 글 올리는 분들도 있어서 아직 떠나진 못하고 있다. 대신 언젠가 떠날 생각으로 쓰레드도 계정을 만들었다. 아직 활동을 많이 하진 않아서 완전 하꼬다. ㅎㅎ
블로그든 뉴스레터든, SNS든 간에 팔로워를 늘리려는 노력을 한 적은 딱히 없었다. 하지만 2025년에는 개인 브랜딩을 좀 더 키우기 위해 의도적인 액션을 몇 가지 취해볼까 싶다.
교육과 공부 (feat. AC2)
올해 크고작은 교육을 듣고 스터디를 한 게 여느 해보다도 특히 많았다. 적게는 몇십만원부터 많게는 몇백만원짜리 교육을 10개 들었고 스터디도 2개 했다. 일년 내내 어딘가 참여하며 공부한 셈이다. (사실 대부분은 AC2다.)
- AC2 레벨 2(48기)
- 공모주 강의, 칫솔질 강의
- GPTs 패치, 야생학습 패치, 통계 패치
- (공유회 참여) 코칭 패치, CANOO 패치, 리드레스 패치, 프로토타이핑 패치
- 투자 스터디, 지식 습득 스터디
이중 가장 강렬했던 것은 AC2 레벨 2 교육. 2월에 시작해서 11월에 끝났다. 2월에 레벨 2 신청 동기를 이렇게 썼었다.
저는 재밌는 것들 마음껏 공부하고, 그걸 통해 돈 벌면서 재밌게 살고 싶습니다. 이번 레벨 2가 이걸 잘 할 수 있게 해주는 씨앗이자 원동력이 되길 바랍니다. 많이 배우고 부딛히고 하겠지만, 레벨 2에 이 목적으로 참여했다는 것 자체만으로 나 자신이 더 행동하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2024년은 재밌는 것들 마음껏 공부하며 돈 번 해이기도 했다. 거기에 레벨 2가 미친 영향이 너무나 많지만, 가장 중요하게 배운 것 하나를 꼽자면 세상의 많은 문제가 다음 2가지 질문으로 풀릴 수 있다고 믿는 사고방식이다.
- 내가 뭘 잘 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
- 내가 그걸 잘 하려면 뭘 하면 될까?
이것을 AC2에서는 퍼포먼스 공식 마인드셋이라고 부른다. 이걸 배운 이후부터 내가 진행하는 컨설팅과 워크숍, 상담 등등이 질적으로 레베루가 달라졌다.
이렇게 보니, 11년 전에 들었던 레벨 1이 내 삶에 가장 큰 터닝포인트가 되었는데 어쩌면 이번 레벨 2도 그렇게 될지도 모르겠다. 레벨 1 때와 마찬가지로 교육 자체만의 힘이라기보다는 커뮤니티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하는 총체적 경험이 그런 역할을 해줄 것 같다. 이번에 새로 만난 인연들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코칭, 멘토링, 상담
내가 한 건 유료 코칭 8명, 멘토링과 상호코칭 8명, 상담 10명. 회사 밖에서 총 28명과 1:1 대화를 했다. 1번만 대화한 사람보다는 여러 번 대화한 사람이 더 많다(김정훈, 박서진님과는 몇 년째 월 1회쯤 만나고 있다). 많은 분들에게 좋은 도움을 줬다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로는 한계도 느꼈다. 코칭 스타일에서 상대방에게 더 집중하여 균형성을 챙겨야 한다는 걸 배우기도 했다.
내가 받은 코칭은 총 12번. 내 기존 패턴을 깨고 새로운 스타일을 익히기 위해 AC2에서 받는 코칭을 활용했다. 레벨 2에서 6번 받는 코칭을 전부 다른 분께 받으며 정보를 수집했다. 그 중 가장 나와 잘 맞았던 이상현님께 개인코칭을 별도로 6번 더 신청했고 이는 아주 좋은 선택이었다. 코치분들이 내 삶에서 당면한 중요한 문제(습관 개선하기, 컨설팅 더 잘 하기, 코칭 더 잘 하기, 번아웃 탈출하기, 아내와의 관계 개선하기 등등)를 잘 풀 수 있게 도와주시기도 했고, 나 자신에 대한 이해를 더 높이는 계기도 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발전한 덕분인지 얼마 전 기분좋은 상담도 하나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내담자 분이 정말 유의미하게 변하고 있는지는 추후 확인해야겠지만..) 내년에도 개인 코칭을 더 받을 계획이다.
발표, 워크숍, 공유회, 그리고 수련
발표는 총 4번 했고,
- 콜로소 라이브: 디버깅 전문가를 만나다
- 인프콘 2024: 디버깅 마인드셋
- FEConf 2024: AI 시대의 협업 전략
- GeekNight 2024: 인지과학 연구로 증명된 학습 보조 도구 Anki
유료/무료 공유회는 대략 8종류, (여러 번 한 것도 있음)
- 공모주 강의 재공유
- ORS/SRS
- Anki
- 셀프 CTA
- 비개발자를 위한 TDD 패치
- 지식을 습득하는 3단계 과정
- 통계 패치
- 야생학습 + 인코딩
유료 워크숍은 5종류 열었다. (이것도 여러 번)
- 인지적 시각화
- CTA 워크숍 (기업 대상, 개인 대상)
- Effective 디버깅
- Effective 데이터분석
- 기사 작성 역량 향상을 위한 훈련 워크숍 (컨설팅 고객사 대상)
이 모든 건 일종의 이벤트 설계와 진행의 기회이기도 했다. 확실히 올해 초와 비교하면 교육이든 발표든 행사든 이벤트 설계 역량이 엄청나게 올라갔다고 느낀다. 참여자 입장에서, 센터를 생각하면서 설계하기. 내가 들었던 훌륭한 교육들이 좋은 교보재가 되어주었다. 특히 12월 26일에 열었던 기년회에서 역량 향상을 체감했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준비한 것만으로 공간 예약, 프로그램 설계, 참가자 모집, 마무리까지 깔끔하게 끝냈으니까.
그런데 이벤트 설계만큼이나 많이 수련한 것이 하나 더 있다. 위 모든 행사에서 가장 큰 지분을 차지하는 CTA(인지작업 분석)라는 키워드다. 작년 말부터 디버깅 전문가들을 CTA로 인터뷰했고, 이 경험을 콜로소에서 라이브로 풀었고, 인프콘 발표도 했고, 프리미엄 뉴스레터도 썼다. 디버깅 전문가에게 배운 걸 정리해서 디버깅 교육을 했으며 CTA 실력이 늘은 걸 전달하는 워크숍도 여러 번 했다. CTA를 온갖 교육과 컨설팅에서 써먹기도 했다. 최소 1타 6피쯤 된다. 그러니까 올해 가장 많이 수련해서 늘어난, 그리고 써먹은 건 CTA 역량이라고 봐도 괜찮겠다.
한편,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건 내가 혼자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또 하나 크게 성장한 것은 사회적 자본을 구하고 활용하는 역량이다.
- 수많은 행사를
EoQ
(안상완님, 김예나님)과 함께 했고, 2025년에도 재밌는 걸 계획하고 있다. - 우아한 테크코스의 임동준님과는
Effective
시리즈를 함께 했으며 동준님으로부터 다른 기회를 연결받기도 했다. (1월에 있을 신한은행 생성형 AI 강의) - 김기은님, 송모연님과는
스노우볼 코칭 클럽
이라는 걸 결성해 몇 가지 행사 및 컨설팅을 진행했고 또 기획 중이다. - 올해 컨설턴트로서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게 해준 건
원지랩스
의 곽근봉님과의 인연 덕분이었다.
이렇듯 2024년에 여러 좋은 인연과 함께했기 때문에 내 모든 활동과 성장이 가능했다. 우리가 벌이는 행사에 참여해주시는 많은 분들도 감사하기는 마찬가지. 2025년에는 일을 더 벌이기보다는 수렴해야 할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사회적 자본의 소중함은 계속 챙겨가려고 한다.
번외로 2024년에 '디버깅'이라는 테마로 (의도치 않게) 1타 N피를 했던 경험이 무척 좋아서, 2025년에는 좀 더 의도해서 Anki 테마로 뭔가 해보려고 한다. GeekNight 발표가 그 시작이기도 했다.
투자
올해 재무적으로 가장 큰 변화는 두 분과 함께 투자 스터디를 하고, 해외 주식에 대부분의 자산을 집어넣은 것이다. 솔직히 나는 일정 시기 이후 공부를 적극적으로 하진 않았고 줏어먹기만 했는데, 그래도 세상을 보는 눈은 조금 더 넓어졌고 달러 가치 상승의 수혜는 꽤 많이 봤다. 크게 날려먹은 종목이 몇 개 있고, 크게 벌충해준 종목이 몇 개 있어서 분산투자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기도 했다. 부분적이지만 1인 사업자가 되고, 또 주식투자를 하면서 고정적 현금흐름을 만들어주는 직장이 얼마나 소중한지도 깨닫게 됐다.
올해 실현 수익은 자산의 5% 정도밖에 안 된다. 미실현 수익 중 해외자산 수익을 어떻게 관리할지 고민이 된다. 그냥 비과세 기준 더 올라갈 때까지 매년 250만원씩만 수익 내야 하나 싶기도 하고. 미실현 수익이 훨씬 더 컸던 시기도 있었는데 제때 매도 못해서 + 리밸런싱 타이밍 잘못 잡아서 물려있는 것도 꽤 많다. 어쨌든 주담대 이자보다는 확실하게 많이 벌고 있어서, 2025년에 변동금리로 바뀌긴 하지만 상환은 안 하려고 한다.
내년에 '주식 공부'를 얼마나 할지는 모르겠다. 다른 하고 싶은 게 많아서. 지금 가진 것들이나 잘 관리해보자.
독서
상당히 많은 책을 읽었던 2023년과 달리 2024년은 읽은 책 수가 엄청나게 줄었다. 작년 독서노트를 쓰면서 '책을 되찾은 해'라고 말했었는데 그 말이 무색해졌다. 심지어 오늘 이 회고를 쓰면서 가장 마지막에 생각날 정도로. 하지만 '책'을 '완독'하는 게 줄은 거지 읽은 텍스트의 양은 별로 줄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완독한 책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홀로 운전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서이다. 리디북스 전자책을 운전하면서 듣는 게 주된 독서 소스였는데, 회사 사무실이 양재에서 신림으로 옮겨가면서 지하철을 타게 됐다. (지하철에서는 노트북으로 일하거나 글을 쓰거나 Anki를 한다) 그다음 독서 소스가 설거지였는데 저녁에 내가 효은이를 돌보면서 설거지는 거의 아내 몫이 되었다. 그래서 리디북스를 켜는 일 자체가 엄청 줄었다.
두번째 이유는 '리드 레스'라는 김창준님의 교육을 들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책을 적게 읽고 더 많이 생각하는 훈련을 훨씬 더 많이 하게 됐다. 그렇게 뇌를 괴롭히며 읽은 책이 <How to measure anything>, <전진의 법칙> 등 몇 권 존재한다.
마지막 이유는 ChatGPT. 리드레스와 더불어 웬만한 궁금증을 AI와 함께 적극적으로 해결하다 보니 책을 끝까지 읽을 일 자체가 줄었다. 여전히 근거 있는 정보가 집대성된 책의 가치는 무척 크다고 느끼지만, AI가 발전할수록 완독하는 권수는 줄어들 것 같다.
어쨌든 결산을 해보면, 리디북스에서는 총 5권. 근데 다 읽은 책은 1권뿐.
- <편집광만이 살아남는다>: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가 너무 좋아서 앤디 그로브의 다른 책을 샀다. 근데 내용이 너무 진부하게 느껴저서 중간에 접었다. 번역 탓일수도 있고.
- <우리는 왜 숫자에 속을까>: 아주 재미있었다. 통계적 사고를 조금 더 기를 수 있었다. 이 책 덕분에 기거렌처에게 관심이 더 생기기도 해서, 김창준님에게 추천받은 <Classification in the Wild>도 읽기 시작했다.
- <잘 잃어야 잘 번다>: 투자 스터디에서 추천받아 읽었다. 크게 나쁘진 않았는데 좀 어렵기도 했다. 흥미가 떨어져서 중간쯤 접었다.
- <예측투자>: <잘 잃어야 잘 번다>보다도 더 어려웠다. 이것도 중도 포기.
- <양육가설>: 박서진님에게 추천받아서 샀고, 너무 천천히 (가끔 혼자 운전할 때만) 듣고 있긴 하지만 마음에 든다.
별개로 요즘 가장 재밌게 (완독하려고) 읽고 있는 책은 기거렌처의 <Classification in the Wild>다. 창준님이 추천한 의도대로 전문성과 CTA에 대한 저변이 넓어지고 있어서 무척 만족한다. 올해의 책을 한 권 뽑는다면 이녀석이겠다.
맺으며
기년회 글에서 썼던 것처럼, 올해 정말 많은 것들을 꾸준히 하고 수련했다. 그 덕분에 의외의 성공을 거뒀다.
- 데일리 루틴을 지키며 꾸준히 교육 듣고, 공부하고, 함께 행사를 열면서
- CTA와 이벤트 설계, 코칭과 상담을 수련한 덕분에
- 컨설턴트로서, 교육자로서, 코치로서 의외의 성공을 거두었다고 느낀다.
그리고 이 모든 건 나를 행복하게 해주고 헌신해준 가족 덕분이었다.
사랑스러운 아내 지원씨, 여은이, 효은이. 그리고 올해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Member discu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