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블로그 결산 + 3개월간 글 67편 쓰며 느낀 것들

2025년 1분기에 참 많이도 썼네요.
1분기 블로그 결산 + 3개월간 글 67편 쓰며 느낀 것들

올해는 블로그와 SNS에 글을 올리는 페이스가 작년보다도 더 빨라졌습니다. 작년에 총 94편을 썼는데 올해 1분기에 이미 67편을 썼으니까요. 어떻게 이럴 수 있었는지, 쓰면서 느낀 게 뭔지, 어떤 글들이 많은 사랑을 받았는지 적어봤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글을 쓸 수 있었나?

정리해보니 글 쓰는 양을 확 늘려준 요인이 크게 3가지 있었어요.

글쓰기에 들인 시간이 많았음

올해는 남는 시간에 거의 항상 글을 썼습니다. 유튜브도 거의 안 보고, 게임도 안 하고, 가끔 웹소설은 읽었지만 많진 않았고요. 한창 쓰레드 열심히 할 때는 아이 재우면서도 핸드폰으로 꾸준히 글을 썼어요. 원래 제 취미 3개가 글쓰기, 보드게임, 즉흥연기였는데 일과 육아 때문에 뒤 2개를 못하니 글쓰기만 하게 된 셈이네요.

거의 모든 경험을 글감으로 삼았음

발목 수술 때문에 쉰 기간을 제외하면 날마다 저널을 썼습니다. 나에 대한 기록을 계속 남기니 텍스트를 생산하는 훈련도 되고, 이게 곧 블로그 소재도 됐죠. 사실상 삶에서 경험하는 거의 모든 게 글감이었습니다. 공부한 것, 교육 들은 것, 만든 것, 상담받은 것, 상담해준 것 등등. 여러 좋은 사람들과 커넥션을 맺으니 그분들과 대화하고, 문제해결을 도와준 경험도 모두 좋은 소재였어요.

좋은 반응을 얻은 글이 많았음

글을 쓰고 SNS에 올려도 사람들의 반응이 없었다면 글쓰기의 동기가 아무래도 많이 떨어졌을 겁니다. 올해부터는 개인 브랜딩을 더 신경쓰고, 글투를 존대말로 바꾸고, 독자를 위한 글을 더 많이 쓴 덕분인지 '떡상'한 글도 많았어요. 반응이 좋으니 '빨리 다음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도 커졌죠. 재미있게도, 계획적으로 긴 시간 정성들여 쓴 글보다, 지인과 대화 후 즉흥적으로 쓴 글이 SNS에서 오히려 더 큰 반향을 일으키는 일도 자주 있었습니다.

'떡상'은 통제 가능한가?

독자향 글을 많이 쓰다 보니 '이번 글에는 사람들이 얼마나 반응할까'도 예상해보게 됩니다. 조금은 감이 생기긴 했지만, 결국 느끼는 건 행운의 영역이 굉장히 크다는 것이었어요.

내가 통제 불가능한 요소

2월 말에 쓰레드 계정이 정지됐었습니다. 토스 위닝 세션에 들렀다가 이벤트 참여하려고 인스타그램에 몇년만에 사진을 하나 올렸는데 그게 의심 행위로 판단됐는지, 정지 후 복구도 안 되더군요.

당시에는 짜증났지만 복구하는 데 들이는 시간이 더 아까워서 새 계정을 팠어요. 그러면서 기존 계정에서 반응이 폭발했던 (팔로우 100+ 생겼던) 글을 다시 올려보기도 했는데 이게 우연히 실험이 됐습니다. 신기하게도 이번엔 거의 반응을 얻지 못했거든요 😅 그리고 제가 여러 채널에 글을 올리는데 한쪽에서 떡상하는 게 다른 쪽에서는 반응이 없는 일도 많았습니다.

결국 각 SNS의 알고리즘에 의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느냐의 문제인데, 팔로워가 많다면 노출 가능성이 높아지긴 하지만 그보다는 글 업로드 초반에 다른 인플루언서가 댓글/공유 등의 반응을 해줬냐에 영향을 아주 많이 받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이건 제가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죠.

내가 통제 가능한 요소

대신 이런 것들은 어느정도 통제 가능하다고 느꼈습니다. 요즘은 반쯤 본능적으로 쓰는 전략들이죠.

  • 인플루언서 활용하기
    • 이미 많은 인플루언서와 연결되어 있기 (단순 커넥션을 넘어서 감정적 연결까지)
    • 인플루언서와 대화한 걸 소재로 글 쓰기, 글 쓰고 내가 썼음을 알리기
  • 트렌드 활용하기
    • 트렌디한 키워드 + 내 경험과 통찰을 넣어 글쓰기 (AI, 바이브 코딩 등)
    • 트렌드와 상관없이 유효한 가치있는 지식을, 공감가는 사례와 함께 쓰기 (리더십, 전문성, 협업 등)
  • 주목시키고, 공유하고 싶게 만드는 전략 활용하기
    • 글의 핵심이 한 눈에 이해되도록 시각화
    • 글 서두에 목록화해서 요약하기
    • 클릭하고 싶어지는 (e.g., 질문형) 제목 쓰기
  • 채널별로 내 글의 노출과 전환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 활용하기
    • 외부 링크는 되도록 본문에 삽입하지 않는다
    • 긱뉴스에는 월요일에 업로드해서 위클리 상위에 올라가는 걸 노린다
    • 길고 가치있는 글은 블로그에서 구독자 전용으로 올린다

계획된 우연

'통제 가능한 요소'와 관련하여 존 크럼볼츠(John Krumboltz)라는 심리학자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스탠포드에서 교육학과 심리학을 가르치며 커리어 개발과 행운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한 분입니다. 2019년에 돌아가셨는데, 번역된 저서 중에서는 더 빠르게 실패하기(원제 Fail Fast, Fail Often)라는 책이 잘 알려져 있죠.

크럼볼츠는 (특히 좋은 커리어를 만들어나가는 데 있어서) 행운이 차지하는 요소가 굉장히 크지만, 한편 이 행운이 어느정도 통제 가능한 요소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를 '계획된 우연(Planned Happenstance)' 이론으로 지칭했는데요. 이론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새로운 기회를 찾아서 계속 시행하다 보면 (+ 행운이 찾아올 만한 좋은 환경에 본인을 위치시키면) 실제로 행운이라고 할 만한 게 찾아온다

저는 이 이론이 무척 마음에 들었어요. 그래서 블로그 & SNS 글쓰기의 측면에서 이렇게 치환해봤습니다.

충분히 좋은 글을 꾸준히, 여기저기 올리면 무언가는 떡상한다

오랫동안 준비한 글이 별 반응이 없더라도, 글을 꾸준히 쓰면서 여기저기 업로드할 수 있었던 근본적 원동력이 이에 대한 믿음에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여러 글이 '떡상'할 수 있었고요.

2025년 1분기에 사랑받은 글들

앞서 언급했듯 저는 글을 하나 쓰면 여러 채널(블로그, 뉴스레터, 쓰레드, 페이스북, 링크드인, 긱뉴스)을 통해 공개하는데요. 여기서 흥한 글이 저기서는 안 흥하기도 해서 흥미롭습니다. 지난 3개월간 많은 성과를 올린, 즉 조회/좋아요/댓글/공유/구독 등이 높았던 글들을 모아봤습니다. (조회수는 기본적으로 링크드인 기준입니다)

열심히 썼고, 흥할 거라고 예상했고, 실제로 흥한 글

  • Vibe 코딩과 개발자 종말론, 주니어 개발자의 성장 방향에 대한 생각 (10.4k 조회, 52 공감)
    • 바이브 코딩 키워드 뜰 때부터 생각했던 글. 발목 수술로 2주쯤 발행이 미뤄졌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채널에서 흥함. 긱뉴스에서 39포인트를 받으며 위클리에도 소개됐고 덕분에 블로그 조회와 구독 전환도 많이 됐음. 페이스북에서도 조회수 대비 공감이 높았으나 쓰레드는 그닥 반응이 없었음.
  • 그거 다 어디에 기록하세요? (쓰레드 팔로우 100+)
    • 크게 반응이 없어서 좀 흥미가 식어가고 있던 쓰레드 계정을 확 살려줬던 글. 비록 그 이후 정지됐지만, 이게 흥하지 않았으면 아마 정지됐을 때 쓰레드를 접었을 것 같음. 다른 채널에서는 큰 반응은 없었음
  • 그건 니 생각이고 (feat. 장기하와 얼굴들)
    • 이것도 쓰레드 팔로우를 꽤 만들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정지된 계정이라 기록이 날아감

남의 컨텐츠 요약만 했는데 이정도로 흥할지 몰랐던 글

조회수 대비 공감이 많았던 글

비교적 짧게 썼는데 생각보다 너무 흥한 글

모두 처음에는 핸드폰으로 SNS에만 대충 써서 올렸고, 조회/공감/댓글 등이 잘 나오길래 블로그로 옮긴 글이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냥 링크 가져와서 올렸는데 허탈할 정도로 흥한 글

링크드인에 원출처가 쓰레드인 AI 관련 글을 몇 개 올렸는데 모두 상당히 흥했습니다. 쓰레드가 확실히 정보 흐름의 속도가 아주 빠르다는 걸 느꼈어요. 들인 노력이 거의 0인데도 엄청난 성과가 나오니 좋으면서도 좀 허탈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모두 링크 공유였는데도 조회수가 높아서, 외부 링크를 본문에 삽인하면 안 좋은 게 맞나? 라는 의구심도 들더군요.

번외: 열심히 썼고, 흥할줄 알았는데, 별로 흥하지 않은 글

열심히 썼지만 생각보다 잘 안 된 글도 너무 많습니다. ㅎㅎ


첫 3개월의 페이스를 계속 유지하진 못하겠지만, 계속 좋은 글을 올려보겠습니다. 요즘 AI 얘기만 너무 많이 한다는 자각이 있는데 균형을 좀 맞춰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