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인지로 발목 수술하게 된 이야기
왼쪽 발목이 가끔씩 심하게 아플 때가 있었습니다. 사실 좌반신에 문제가 예전부터 심했어요. 뭐가 원인이고 결과인지 모르겠지만 힘 빼고 있어도 왼쪽 어깨는 오른쪽보다 높았고, 왼쪽 어깨 돌리면 항상 뚜둑 소리가 나고, 왼쪽 견갑 인근이 자주 저렸고, 왼쪽 골반이 오른쪽보다 높았고, 왼쪽 발목이 자주 접질렸습니다.
이렇게 된지 10년이 넘었는데 그냥 적응해버렸습니다. 하루이틀 고생하고 나면 살만하길래 그랬던 것도 있고요. 그러다가 2월 초에 왼발목 통증이 또 심하게 왔습니다. 더 무서운 건 이렇게 될까봐 제가 평소에 그리 많이 걷지도 않고 유산소도 안했다는 거죠.
예전 같았으면 '괜찮아지겠지' 하며 넘겼을 것 같은데, 올해 창의적 문제 해결 시도를 자주 해서 그런지 다르게 느껴졌어요. 특별한 사건이 없었는데도 갑자기 너무 아프다는 건 심각한 신호라고. (이번에도 하루 뒤 괜찮아졌지만) 이제 방치하지 말아야겠다 싶어 퍼플렉시티랑 찾은 키워드가 "족부전문의". 대한족부족관절학회에 가입된 집 근처 정형외과를 찾아봤습니다. 리뷰도 괜찮고 마포에 하나 있길래 연세한강병원
에 왔습니다.
엑스레이와 MRI를 찍었고, 진단 결과 꽤 충격적인 말들을 들었습니다.
- 왼쪽 발목 외측 인대가 엄청 얇고 축 늘어져있어 거의 제기능을 못하고 있음. 전형적인 인대 만성파열.
- 인대가 이러면 발목이 불안정해지고 (3단계 중 최고 단계로 불안정함) 이로 인해 연골 병변이 생길 수 있음. 나는 복사뼈 안쪽에 박리상 골연골염(자주 접지르면 생기는)이 큰 크기로 존재
그래서 어떻게 하는가.
- 최우선은 외측 인대 봉합술로 안정성 강화. 작은 구멍 뚫는 내시경 시술로 하는데, 이거 하면서 미세천공술로 연골을 일부 재생시킬 것.
- 1박 2일 입원이고 척추마취로 진행, 대략 1시간 걸림. 자부담 비용은 대략 450만원선 나올 것.
- 1주는 목발, 도합 4주간 발 보호대 하고 다녀야 함
- 천공술 해도 연골막이 엄밀히는 '재생'되는 건 아님. 연골은 재생되지 않음. 재발하지 않게 유지 잘 해야 하고, 결국 관절염으로 진행되는 걸 늦추는 수단임. 나중에는 자가줄기세포이식(BMAC)을 해서 (골반에서 뽑은 다음 발목에 넣기) 더 늦출 수 있지만 이것 또한 한계가 있음. 언젠가는 인공관절 해야 할 수도 있음.
- 앞으로 접지르지 않도록 노력 많이 해야 함. 운동도 조심하고.
저는 일단 그런가보다 하고 나왔는데, 아무래도 가족들의 걱정이 심했어요. 정형외과다 보니 과잉진료 아닌지 우려도 하셨고요. 저는 이런 거 찾아보는 걸 굉장히 피곤해하는 성격인데, 타당한 우려라고 생각하고, 그래도 하방을 줄이기 위해 최소 한군데는 더 가서 진단받아볼까 싶어서 페이스북과 AC2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 결과 대학병원에서 하는 게 역시 맞겠구나 하는 신뢰도 얻고 수많은 좋은 병원, 접근 전략에 대한 아이디어도 얻었습니다.
그러다가 부모님 지인의 병원에서 진단받아보니 상태가 과연 심각하여, 그분을 통해 강남세브란스 병원에서 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수술하고 재활할 생각하니(총 3개월) 착잡하지만, 더 방치되지 않고 이번에야말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고민 되는 건 이겁니다.
- 수술 전 기간에 뭘 하면 / 뭘 덜 하면 목발 6주, 재활 6주, 그 이후에 나와 우리 가족이 더 건강하게 지낼 수 있을까.
- 저 12주 동안에는 어떻게 루틴을 짜야 (꼭 루틴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그 기간동안, 그리고 그 이후로 더 건강하게 지낼까.
잘 고민해서 더 잘 지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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