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이 창의성을 부른다
500자 제약이 주는 글의 개선 기회
요즘 저는 글을 쓰고 나서 페이스북, 링크드인, 쓰레드에 모두 업로드합니다. 근데 페이스북과 링크드인은 거의 내용이 같지만 쓰레드는 그럴 수가 없어요. 500자 제한 때문에 쪼개고 편집하며 온몸 비틀기를 하는데, 재미있게도 이 과정에서 글의 품질이 확 좋아지는 걸 자주 느낍니다.
크게 3가지 지점에서 글이 개선되더군요.
- 주장하고 싶은 바를 두괄식으로 먼저 꺼내고 이후 하나씩 디테일을 푸는 식으로 문단 구조가 갖춰짐
- 글에 군더더기가 줄어들고 핵심을 강화시키는 문장 위주로만 남음
- 각 섹션을 더 잘 이해하고 눈길을 끌게 해주는 시각화를 추가하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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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예전에는 습관적으로 쓰레드를 마지막에 썼는데 요즘은 쓰레드에 가장 먼저 쓸 때가 더 많아졌습니다.
제약이 불러오는 창의성
쓰레드에서 500자에 맞추려고 노력하다 보면 더 좋은 글이 나오듯, 이러한 '제약'은 인간이 창의성을 발휘하게 해주는 아주 강력한 도구이기도 합니다. 저는 어릴적 매치스틱 트웬티라는 강렬한 색감을 가진 웹툰을 재미있게 읽었는데, 작화가 도현님이 적록색약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었다는 얘기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출처: 매치스틱 트웬티 색의 비밀 - 원출처인 홈페이지 링크가 깨져서 오늘의유머 페이지로 대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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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쓰레드의 500자나 적록색약 같은 어쩔 수 없는 제약이 아니더라도, 인위적 제약을 둬서 창의성을 폭발시키는 것도 가능합니다.
- 내 기술을 10분만에 주니어에게 가르쳐야 한다면?
- 프로젝트에 돈을 100만원 이내로만 써야 한다면?
- 주식을 평생동안 딱 10번만 매도할 수 있다면?
머리를 쥐어짜내게 될거고, 더 효율과 효과가 좋은 무언가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지겠죠.
와인버그의 Rule of Three
조금은 다른 맥락이지만 창의성을 더블로 증진시키는 인위적 제약이 있습니다. 제가 요즘 즐겨 사용하는 Rule of Three 라는 녀석인데요. <프로그래밍 심리학>의 저자이자, 컨설턴트들의 컨설턴트로 불렸던 전설적인 컴퓨터공학자 제랄드 와인버그가 말한 기법입니다.
그는 <대체 뭐가 문제야>에서 이렇게 썼습니다.
문제 해결사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이 알아야 할 가장 중요한 규칙중 하나가 이것이다.
문제를 이해할 때, 잘못될 수 있는 경우를 적어도 세 가지 이상 생각해 내지 못한다면 당신은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문제의 정의에서 간과할 만한 것들이 수백 가지는 될 것이다. 그 중에서 세 가지조차 생각해낼 수 없다면, 이것에 대해 당신이 생각할 수 '없다'기보다 오히려 전혀 생각해보지 '않은' 거라고 단적으로 말할 수밖에 없다.
무조건 3개는 생각해보기. 저는 이게 어떤 의사결정 문제에서나(UI 라이브러리든 점심 도시락 메뉴든 간에) 삶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아주 유용한 전략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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