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pendix for CTA Workshop

CTA는 굉장히 가치있지만 동시에 배우기 어려운 기술입니다. 이 워크숍이 CTA를 실무로 써먹을 수 있는 수준까지 가는 시간을 상당 부분 단축시켜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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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8월에 예정된 4번째 CTA 워크숍에 대한 추가 자료로 작성했습니다.

인지작업 분석(Cognitive Task Analysis, 이하 CTA)은 AC2에서 제가 배운 가장 놀라운 기술 중 하나입니다. 그중에서도 ACTA(Applied CTA)는 미국의 인지심리학계 거장 개리 클라인이 주축이 되어, 미 해군 및 여러 연구자들과 함께 협력하여 개발하고 발전시킨 기법입니다. 인터뷰에서 잘 활용하면 전문가의 전문성, 즉 몸에 익은 습관과 뇌에 익은 암묵지를 효과적으로 뽑아낼 수 있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죠.

개리 클라인이 미 해군과 함께 개발한 ACTA 기법을 소개하는 논문.

CTA의 효용과 어려움

CTA는 굉장히 가치있는 기술입니다. 교육 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수많은 요소들(선생, 학생, 가르치는 방식, 학교 등)에 대한 메타 분석을 다시 메타 분석한 Visible Learning이라는 연구가 있습니다. 김창준님도 자주 소개하셨던 연구죠. 여기에도 CTA가 등장하는데, 교사가 CTA를 이용한 교수법을 썼을 때 효과의 크기가 1.09로 아주 높습니다. 정규분포에서 100명 중 50등에 위치한 친구가 CTA에 기반한 교육을 받으면 15등 정도로 등수가 올라갈 수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CTA는 배우기 쉬운 기술은 아닙니다. CTA를 잘 하려면 3년 이상 연습해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요. 다만 창준님은 “논문에서는 3년 이상이라고는 하지만 (마스터가 아니라 실무로 써먹을 수 있게 되기까지) 저는 효과적 방법이면 1년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저는 3개월만에 가능했어요.” 라고 하시긴 했습니다.

처음 CTA 접하고 첫 3개월간, CTA에 대한 모든 출간된 책 다 구해 읽기(read less로), 내가 구할 수 있는 모든 논문 읽기(역시 read less), 실무에서 사용하기(CTA로 돈 받으면서, 혹은 다른일 할 때 CTA 섞어 쓰기), 회고와 모형화, CTA 연구자들과 교류 이런 거를 돌려가면서 익혔습니다. 남들에게 권하지는 않습니다. 수명이 짧아지므로. (참고로 2000년경에는 CTA 교육해주는 기관 같은 거 없었습니다)

1년 계획으로 하면 느긋하게 여유부리며 익힐 수 있다고 봅니다.

(출처: 2024-02-12, 김창준, AC2 디스코드)

창준님은 3개월이라고 하셨지만 저는 2년 반쯤 걸렸네요. 제가 CTA에 대해 본격적으로 접한 게 2022년 1월 창준님의 인터뷰 패치였으니까요. 배우고도 2년 가까이 변죽만 울렸는데, 2023년 말부터 집중적으로 실제 전문가들을 인터뷰해보면서 수련하니 비로소 체화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체화하고 나니, (여전히 마스터 수준과는 거리가 멀겠지만) 삶의 여기저기서 CTA 모먼트를 인식하며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GPT 쓸 때, 멘토링/코칭 할 때, 멘토링/코칭 받을 때, 작업계획 세울 때, Anki 작성할 때, 시니어들과 대화할 때, 주니어 가르칠 때, 고객과 미팅할 때 등등등. 조금 과장하면, 저는 이 모든 작업을 어나더 레벨로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데 CTA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워크숍에 참여한다고 해서 CTA의 마스터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는 건 당연히 아닙니다. 하지만 '실무로 써먹을 수 있는 수준’까지 가는 시간을 상당 부분 단축시켜주는 데는 충분하다고 믿습니다. 워크숍 참여자 중 이미 CTA를 어느정도 알던 분들도 계셨는데, 그분들도 워크숍을 들으시면서 이제야 좀 알겠다고 하시더군요.

워크숍 설계 의도

참고: 오프라인 워크숍 시간표

파트 1 (60분)

  • 5분 체크인
  • 20분 셀프 CTA 가이드 + 시연
  • 20분 각자 셀프 CTA (중간에 어려우면 코치 호출)
  • 5분 회고, 평가
  • 10분 휴식, QnA, 버퍼

파트 2 (65분)

  • 20분 CTA 인터뷰 가이드 + 시연
  • 20분 (셀프 CTA했던 주제로) 그룹 실습 1 + 슈퍼비전
  • 5분 회고, 평가
  • 10분 실습해봤던 주제 중 하나로 CTA 인터뷰 시연
  • 10분 휴식, QnA, 버퍼

파트 3 (55분)

  • 25분 (역할 바꿔서) 그룹 실습 2 + 슈퍼비전
  • 5분 회고, 평가
  • 5분 전체 회고, 액션 플랜 만들기
  • 20분 만든 액션 플랜을 구현의도를 담은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기

오프라인 + 온라인 구조

2024년 7월 현재 워크숍을 총 3회 진행해봤습니다.

  • 오프라인으로 1회
  • 온라인으로 1회
  • 오프라인 + 온라인으로 1회

이렇게 해보니 3번째 방식이 가장 좋더군요. CTA가 ‘인지적인’ 행동을 다루는 것이긴 하나, 전문가가 해당 행동을 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신체동작이나, 캐치해야 할 신체적 신호 등이 있을 때는 오프라인에서 그 장면을 함께 보는 게 훨씬 유리하기 때문에 그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프라인으로 배운 다음, 실제로 본인이 해본 뒤에 피드백을 받는 세션을 가지는 게 전이 효과가 더 크다고 느꼈습니다. 이건 온라인이라도 크게 문제가 없고요.

구현 의도를 담아 액션 아이템 구체화

워크숍 내에서 많은 걸 배우더라도 스스로 연습하지 않으면 사후 변화가 적습니다. 온라인 피드백 세션에서 더 가치있는 경험을 하시려면 본인이 충분히 해보셨어야 하는데, 본 워크숍 후반부에 액션플랜을 세웠음에도 불구하고 여러가지 어려움 때문에 실천을 못해보시고 오시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예 본 워크숍 내에서 '구현 의도'를 살린 액션 플랜을 세우는 파트를 넣었습니다. 구현 의도는 피터 골비처라는 심리학자가 Implementation Intentions: Strong Effects of Simple Plans라는 1999년 논문에서 발표한 개념입니다.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무엇을 할지를 미리 정해두면 의도가 행동화될 가능성이 엄청나게 올라간다'는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 논문은 7,000회가 넘는 어마어마한 인용횟수를 자랑하며 습관 설계, 목표 설정, 문제 행동 교정 등 수많은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습니다.

구현 의도에 대해 창준님은 이렇게 언급한 바 있습니다:

구현의도는 너무나도 많은 재현을 통해 근거가 튼튼하게 확립되어 있어서(자기계발 관련해서 이거 만큼 확실한 게 없을 지경) 국가 정책이나 교육 정책에서 이걸 안쓰면 그 자체로 비윤리적인 거 아니냐는 비판이 있을 지경이죠.

근데 안타까운 거는 대부분의 자기계발 서적이 목표의도에 가까운 가이드를 해주고 있습니다. "살을 빼고 노출이 많은 옷을 입고 다니는 모습을 상상하라"든지.

(출처: 2023-12-24, 김창준, AC2 디스코드)

이를 이용해 코치들이 '언제, 어떤 주제로, 누구와 함께 CTA 실천 후, 어디에 올리겠다' 같은 식으로, 구현의도를 살린 계획을 세우도록 도와드릴 예정입니다.

셀프 CTA부터 시작하는 실습

지난 3번의 워크숍은 셀프 CTA가 가장 마지막 순서였습니다. 혹시 시간이 부족해서 충분히 다루지 못하더라도 셀프 CTA는 참여자들이 혼자서도 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실제로는 참여자 분들 중 다수가 주제 잡기(본인이 잘하는 것을 찾기) 자체를 상당히 어려워하시더군요. ‘스스로에게 전문성이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신 분들도 꽤 있었고요. 이게 온라인 피드백 세션에서 CTA를 실천해보지 못한 채 오셨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어요.

그래서 마지막 워크숍의 온라인 피드백 세션에서, 제가 참여자들에게 질문을 던지며 ‘셀프 CTA를 위한 주제 잡기’를 10분 정도 도와드렸더니 “이렇게도 가능하군요” 하시며 놀라워하셨고, 효능감을 느끼셨습니다. “본 워크숍에서 이것부터 했으면 더 좋았겠다”고도 하셨고요. 그 말씀에 공감해서 이번에는 셀프 CTA부터 시작하도록 워크숍 순서를 변경했습니다.

똑같은 주제로 코치는 어떻게 하는지 비교할 수 있게 시연

내가 직접 CTA 질문을 해보는 것만큼이나 좋은 CTA 질문을 받는 것도 아주 중요한 경험입니다. 이렇게 질문을 받으니 내 기억과 전문성이 추출되는구나, 를 실감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처음에 인터뷰 가이드를 알려드리면서 시연한 뒤에는 2인 그룹으로 인터뷰를 해보고, 회고하고, 인터뷰이-인터뷰어 역할을 바꿔서 다시 해보고, 회고하는 식으로 실습을 설계했습니다.

그런데 참여자 분들이 실습하시는 걸 관찰해보니 ACTA의 첫 단계인 Task Diagram을 만드는 것부터 그리 쉽게 하지 못하시더군요. ‘내가 관심있는 추상적 주제’를 ‘분석할 만한 행동’으로 전환하는 것도 어렵고, 상대방이 이야기를 딥하게 계속하는 걸 적절히 개입해서 끊어서 작업 지도를 마저 그리게 하는 것도 어려워하셨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Task Diagram 만드는 데만 주어진 실습 시간의 대부분을 쓰시는 그룹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첫번째 인터뷰 실습 후에, 참여자가 인터뷰하기 어려워했던 주제로 제가 어떻게 (다르게) 하는지 보여드리는 걸 추가했습니다. 이러면 관찰 - 실습 - 관찰 - 실습 순서로 계속 왔다갔다 하면서 비교할 수 있으니 더 빈번하고 풍부한 피드백을 얻으실 것을 기대합니다.

워크숍 맛보기: 셀프 CTA 가이드

3차 워크숍 온라인 피드백 세션에서, 제가 참여자들의 셀프 CTA를 돕기 위해 던졌던 질문들을 제가 다시 셀프 CTA하며 정리해서 가이드 문서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워크숍의 첫 시간에 다룰 내용이기도 합니다.

이 가이드를 참고하시면 짧은 시간, 익숙해지면 15분 안에도 셀프 CTA를 해보실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액세스 요청을 해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