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글쓰기 챌린지 #1] 활자중독자가 인지적 시각화 만나고 격변한 썰
1. (현재) 활자중독자가 인지적 시각화 만나고 격변한 썰
2. 내가 태블릿을 살 줄은 꿈에도 몰랐어
3. 시각화의 자신감을 높이기 위한 행동계획 설계하기
4. 의도적 시각화 훈련으로 보름만에 태블릿 뉴비 탈출하기
저는 활자중독자였습니다. 만화책을 싫어한 건 아니었지만 그 무엇보다도 저를 사로잡은 건 소설책이었어요. PC통신 시절 하이텔에서 읽었던 <드래곤 라자>, 아버지 책장에서 몰래 꺼내 읽었던 <반삼국지>, 학원 땡땡이치고 서점 가서 읽었던 <봉신연의>. 오락실이 아닌 서점으로 땡땡이 치는 애는 처음 봤다며, 저를 찾지 못해 당황했던 학원 선생님의 눈초리도 기억납니다. 대여점은 물론이고 고무림(지금의 문피아)이나 유조아(지금의 조아라)에서 읽은 웹소설도 엄청나게 많았어요. 용대운, 금강, 설봉, 백야... 소설 읽다가 학사경고 2번 받고 어쩔 수 없이 군대에 갔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입대할 때까지 3만권은 족히 읽었을 겁니다.
입대 후 웹소설을 못 읽으면서 비로소 정신을 차리게 되더군요. 많이 읽었으니 이번에는 쓰고 싶어졌습니다. 군대에서 철학과 글쓰기와 한글 맞춤법 공부를 했고, 남는 시간에는 항상 메모를 했습니다. 이 즈음부터 생각과 삶에 대한 기록을 꾸준히 남기기 시작했어요.
기록 도구는 계속해서 바뀌었습니다. 종이 메모장, 에버노트, 워크플로이를 거쳐 노션에 정착했죠. 처음에는 나만을 위한 메모였지만 점차 내 글을 남에게도 보여주고 싶었고, 그렇게 블로그와 뉴스레터와 SNS도 열심히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생산하는 건 죄다 텍스트뿐이었어요. 메모에도 SNS에도 블로그에도 이미지는 거의 없었습니다. 인스타그램은 어색했고 유튜브를 통한 정보 전달 트렌드에도 불만이 많았죠. 저는 줄곧 텍스트로만 읽고, 쓰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거든요. 제가 이렇다는 것에 그리 불편함을 느끼지도 못했고요.
그랬던 제가 작년 8월에 김창준님의 '인지적 시각화' 교육을 신청한 건, 창준님이 적어두신 교육 대상자의 설명 때문이었습니다.
- 통찰과 창의성이 중요한 인지적 작업을 하지만 종이랑 펜을 인지적 도구로 안쓰는 사람
- 내가 기록하는 것들의 대부분이 "글자"인 사람들
읽으면서 어 이거 완전히 나잖아? 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의구심도 있었습니다. 나는 그냥 텍스트가 편한 사람인데. 정말로 나같은 활자중독자에게도 효과가 있을까.
결과적으로, 효과는 엄청났습니다. 좀 과장하자면 무협지에서 흔히 나오는 개안開眼, 환골탈태를 한 것 같았죠. 2차원에 살던 개미가 날개를 달고 3차원으로 처음 나가본 느낌이 이랬을지도 모르겠네요. 새로운 세상이 보였고, 공구상자에 새 도구 하나 추가된 수준이 아니라 상자 자체가 한 벌 더 생긴 것 같았습니다. 어떤 문제를 어떤 기법으로 어떻게 풀든, 시각화를 덧붙이면 훠얼씬 수월해지는 경험을 했기 때문입니다. 코드를 읽고 로직을 이해할 때도 시각화를 이용하니 생산성이 몇 배로 뛰었습니다.
물론 창준님의 교육을 듣자마자 이 모든 변화가 뿅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아주 열심히 의도적 수련을 했고, 직접 여러 사람들에게 가르치면서 이론과 실천법이 체화됐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어떤 식으로 인지적 시각화를 훈련했는지 공유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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