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 글쓰기 챌린지 #19] 백문이불여일견
직접 질문하지 않고도 예상치 못했던 귀한 정보를 수집하는 다음 전략은 ‘관찰하기’ 입니다.
2. 실제 현장에서 직접 관찰하기
‘관찰’은 들이는 시간과 비용 대비 놀랍도록 효과적이지만, 동시에 놀랍도록 적게 활용되는 기법이기도 합니다. 내가 아무리 질문 설계를 잘 한들, 아니 어쩌면 질문 설계를 너무 잘 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질문의 범위 내에서만 답변받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대신 상대방이 실제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관찰하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죠.
제가 말하는 ‘관찰’은 상당히 광범위합니다. 여러 상황에서 관찰하는 예시를 몇 가지 들어보면:
- 코딩하다가 이해할 수 없는 에러를 만났을 때 우선 차분하게 에러 메시지를 읽는다.
- 교육 참여자가 그룹 실습을 할 때 어떤 타이밍에 무엇을 보고 어떤 발화 및 행동을 하는지, 그게 그룹에 어떤 역동을 가져왔는지 기록한다.
- 제품 사용자가 실제로 서비스를 어떻게 이용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각종 모니터링 도구의 세션 리플레이 기능을 활용한다. 호의적인 사용자에게는 온라인 미팅을 요청하여 화면을 공유받거나 PC를 원격 제어해본다.
- 채용 인터뷰에서, 채용된다면 본인 직군의 업무 환경에서 맞닥뜨릴 만한 문제의 작은 버전을 모의 실습 문제로 제공한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어떤 접근방식을 취하는지 면밀히 관찰하고, 그걸 토대로 추가 인터뷰를 한다.
- 교육받을 때 너무 이론 위주로만 돌아가는 것 같다면, 그 교육을 받아서 이후 써먹을 만한 상황에서 전문가는 어떻게 할지 시연해달라고 요청한다. 내가 했을 법한 행동과 다른 부분에 주목하여 관찰하고, 왜 그렇게 했는지 추측해보고, 질문한다.
인텔의 전 CEO 앤디 그로브도 <하이 아웃풋 매니지먼트>에서 관리자로서 관찰하는 것의 중요성에 대해 이렇게 언급한 바 있어요.
정보를 수집하는 데 특별히 효율적인 방법이 있는데, 대부분의 관리자들이 그것을 잘 알지 못한다. 그것은 회사 내의 특정 장소를 방문하여 그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관찰’하는 것이다. 왜 그래야 할까? (…) 2분이면 정보를 충분히 교환할 수 있는데도 만남은 보통 30분 정도 이어진다. 하지만 만약 관리자가 사무실 밖으로 나가 직원들이 일하는 곳으로 찾아간다면 대화는 2분 정도로 간단하게 끝나고 각자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다. 직원이 대화를 필요로 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관리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이러한 '직접 대화'는 매우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왜 관리자는 이런 직접 대화를 하려 하지 않을까? 그것은 특별한 목적 없이 업무 현장(사무실이나 공장 등)을 이리저리 돌아다닌다는 인상을 줄까봐 염려하기 때문이다. 인텔은 공식적 업무 수행을 위한 방문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데, 이것이 즉석에서 업무와 관련된 대화가 이루어지도록 만드는 발판이 되었다. 예를 들어, 인텔은 관리자들이 '미스터 클린(Mr. Clean)'이라 불리는 검사 제도에 참여하게 함으로써 보통은 가볼 법하지 않은 곳을 방문하도록 유도한다. 관리자는 청소 상태, 정리정돈 상태, 안전 장비 등을 확인하는데, 그렇게 1시간 정도 점검 활동을 하면서 주변을 살피고 처음 보는 환경에 익숙해진다.
물론 관찰도 잘 하려면 훈련이 필요합니다. 특히 관찰하면서 무엇에 주목해야 할지를 알기 어려울 때 더욱 그럴 수 있죠. 하지만 관찰을 통해 효과적으로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는 인식 하나만으로도 반은 먹고 들어갑니다.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할지 예상하고, 예상과 다른 지점에 집중하는 걸로 시작하면 됩니다. 이건 이전에도 언급했던, 상대방의 멘탈 모델을 파악하는 것과도 일맥상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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