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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헐적 단식, 저탄고지, 칼로리

둘째 아이와 지피티와 산책하며 또 하나의 호기심 해결.
간헐적 단식, 저탄고지, 칼로리

ChatGPT가 나오고 내게 가장 좋은 건 일상의 호기심을 비교적 빠른 시간 안에, 비교적 정확하게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릴 때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 CD가 참으로 소중했는데 네이버 지식인, 구글링의 시대를 거쳐 이제 AI의 시대가 도래했구나. 새삼 격세지감이 든다.

이번 호기심의 키워드는 ‘칼로리’였다. 며칠 전 둘째와 함께 산책하면서 제로칼로리 음료에 대한 호기심이 생겨 ChatGPT와 대화를 시작했다. 아직 교차검증을 치밀하게 해본 건 아니지만 내가 이미 아는 지식과 어느정도 일치하는 건 확인했고, GPT에게 과학적 근거도 같이 달라고 했으니 나중에 필요하면 찾아볼 생각이다. Anki에 집어넣기 위해 간단하게(?) 정리한 걸 공유한다.

Q. 긴 시간의 단식과 저탄고지 식단이 혈중 케톤 농도를 올리고, 이게 체지방 감량에 좋다는 말을 들었다. 이게 사실인가? 간식, 저탄고지, 케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알고 싶다.

단식과 체지방 감량

단식하는 동안 체내 포도당이 전부 소모되면 신체는 지방을 주된 에너지원으로 쓰기 시작한다. 이 상태를 케토시스Ketosis라고 부르며, 케토시스 상태에서는 간이 지방산을 케톤으로 변형시켜 뇌와 다른 조직의 에너지원으로 쓴다.

키토제닉 식단과 체지방 감량

키토제닉 식단은 지방이 많고, 단백질은 적당하고, 탄수화물은 극히 적은 식단을 말한다. 탄수화물 섭취를 극단적으로 줄이면 체내 포도당이 부족해지므로, 신체가 단식과 유사하게 케토시스 상태에 강제로 빠지게 되어 체지방이 더 감량된다.

케톤과 체지방 감량

케톤이 그 자체로 체지방 감량에 긍정적 역할을 하는 건 아니다. 케토시스 상태에 들어섰음을 높은 혈중 케톤 농도로 알 수 있을 뿐이다. 단, 케톤이 식욕을 억제한다는 이야기는 있다.

Q. 단식 도중에는 물만 마시고 1칼로리도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얼마나 진실인가? 위 설명에 따르면 포도당을 만드는 탄수화물 섭취만 안하면 될 것 같기도 한데. 그리고 1칼로리만 먹으면 금방 다시 케토시스 상태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케토시스 상태를 유지하려면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것은 옳다. 그러나 지방과 단백질도 결국 탄수화물로 변환되긴 하기 때문에, 탄수화물만 안 먹는다고 케토시스가 안 깨지는 건 아니다.

1칼로리만 먹는 게 케토시스를 강하게 방해하는 건 아니다(특히 그게 탄수화물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라면). 신체는 많은 탄수화물이 섭취되지 않는 이상 케토시스 상태를 유지할 것이다. 그러나 아주 작은 칼로리라도 잠시동안 인슐린 반응을 일으킬 수는 있으며 이는 케톤 생산을 일시적으로 저해한다.

"단식 기간에는 물만 마신다"가 단식을 가장 단순하고 일관성 있게 유지하기 쉬운 원칙이다. 또한 이러한 단식이 오토파지 및 세포 재생을 일으킨다는 일부 연구가 있다.

Q. 오토파지가 뭐지? 그건 왜 좋고, 단식과는 어떻게 연결되는가?

오토파지는 오래되고 건강하지 않은 세포를 제거하고 그 안에 있는 영양소를 재활용하여 다른 세포를 만들거나 재건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유해물질이 쌓이는 걸 막으며, 알츠하이머나 파킨슨병처럼 상처입은 세포가 누적됨으로써 생기는 문제를 방지해준다. 오토파지는 세균이나 바이러스 같은 외부 침입 물질도 제거하기 때문에 면역 기능이 올라가고, 염증 반응은 줄여준다.

단식을 하면 체내 영양분(포도당, 아미노산, 지방 등)이 부족해진다. 여기에 대해 세포 레벨의 에너지 센서가 반응하여 오토파지가 활성화된다. 오토파지를 해야 세포 내 에너지 레벨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단식은 체내 인슐린 레벨을 낮추고 글루카곤 레벨을 높인다. 이러한 호르몬 변화 또한 오토파지를 활성화시킨다.

Q. 식품에 적혀있는 '칼로리'의 양은 정확히 무엇을 뜻하는가? 어떻게 측정된 것이며, 사람마다 흡수율 등이 다르다는 건 어떻게 감안하는가?

칼로리 측정 방법은 크게 3가지.

  • Bomb Calorimetry: 물로 둘러쌓인 챔버에서 태워서 물 온도가 얼마나 변하는지 측정함으로써 칼로리 양을 잰다. 단점은 체내에 흡수되는 건 알 수 없다는 것.
  • Macronutrient Analysis: 우리는 탄수화물과 단백질은 그램당 4칼로리, 지방은 9칼로리, 알콜은 7칼로리임을 이미 알고 있다. 따라서 음식의 구성성분을 알면 전체 칼로리를 계산할 수 있다.
  • Standardized Database Values: USDA National Nutrient Database 같은 영양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해 흔한 구성요소와 식품의 칼로리를 계산한다.

음식 구성성분의 측정 방법

  • 우선 레시피로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설탕 몇그람 추가 등)
  • 연구실에서는 식품을 갈아서 분석한다. 다양한 화학적 방법으로 물, 단백질, 지방, 섬유질양, 미네랄 등의 양을 측정하고 나머지 무게를 탄수화물로 가정한다.
  • 조리 식품이라면 조리를 통해 구성성분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굽기, 소스 추가 등등), 조리 방식을 통제하고 조리 후 식품을 대상으로 측정한다.

식품에 적힌 칼로리 ≠ 내가 흡수하는 칼로리

  • 칼로리 흡수는 대사 수준, 장내 유산균, 건강 상태 등에 따라 사람마다 엄청나게 달라진다.
  • 어떤 음식을 같이 먹었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예를 들어 섬유질이 있으면 영양분 흡수가 느려진다.
  • 조리 방법에 따라서도 다르다. 조리된 녹말은 소화하고 흡수하기 훨씬 쉽다.
  • → 따라서 음식에 적힌 칼로리 양이 정확히 내 몸이 소화하는 칼로리 양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Q. 제로 칼로리 식품의 정확한 원리는 뭐지?

제로 칼로리 식품은 섭취시 얻는 칼로리가 아예 없거나 거의 없는 식품을 뜻한다. 크게 다음 4가지 원리가 적용된다.

물 함량이 많은 식품

샐러리, 오이, 상추 같은 음식은 물과 섬유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포만감은 주지만 칼로리는 거의 없다.

섬유질 함량이 많은 식품

사람의 신체는 섬유질을 완전히 소화하여 흡수할 수 없다. 다른 탄수화물은 그램당 4칼로리로 계산하지만 섬유질 탄수화물은 그램당 2칼로리로 계산한다. 물 함량이 많은 식품과 마찬가지로, 포만감은 들지만 칼로리는 적다.

인공 감미료 및 설탕 대체물

아스파탐, 수크랄로스, 사카린 등 인공 감미료는 혀로는 단맛을 느껴도 신체 흡수와 대사는 되지 않도록 설계되었다. 애초에 설탕보다 훨씬 적은 양으로도 비슷한 단맛을 느끼도록 만들어지기도 했다.

스테비아 같은 설탕 대체물은 아예 흡수가 안되는 건 아니지만 어쨌든 단맛을 내는 주요 구성성분은 흡수가 안되는 것이 맞다.

식품 발열효과(Thermic Effect of Food, TEF)

어떤 음식들은 구성 영양분을 소화, 흡수, 처리하는 데 드는 에너지가 커서, 오히려 섭취로 인해 얻는 에너지보다 더 들 때도 있다.

  • 닭가슴살, 연어, 참치, 계란 흰자 등 살코기(Lean) 단백질
  • 귀리, 현미, 퀴노아 등 통곡물
  • 브로콜리, 콜리플라워 등 고섬유질 채소
  • 렌틸콩, 병아리콩, 검은콩 등 각종 콩류
  • 아몬드, 치아씨드 등 견과류와 씨앗
  • 그릭 요거트, 저지방 우유 등 유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