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잘러들의 n가지 습관'의 함정을 피하는 습관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하지 말자. 근거를 찾고, 나만의 인과를 만들어보는 습관을 길러보자. 나는 이런 습관이야말로 성공하는 비결이라고 믿는다.

최근 김창준님으로부터 '일상통계학'이라는 교육을 들으며 불확실한 상황을 다루는 또하나의 효과적인 무기를 얻었다. 요즘 내 삶에서 통계분석을 활용하는 방법을 공부하는 재미가 아주 쏠쏠하다.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통계를 공부하면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하는 실수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보인다. '상관성은 인과성이 아니다.' 굉장히 흔하게 듣는 말이지만 그만큼 쉽게 빠지는 함정이기도 하다. 이는 비단 통계에서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탁월한 사람들의 n가지 특징, 일잘러들의 n가지 습관, 내가 만나본 빅테크 개발자들의 n가지 공통점...

어릴적 읽었던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 생각나는 제목들이다. 요즘 SNS에서 자주 보이는, 왠지 클릭하고 싶게 만드는 유형의 글이기도 하다. 한국에서 Threads가 뜨면서 전보다 더 자주 보이는 느낌이다. 솔직히 나도 어그로를 위해 가끔 이런 제목을 사용한 적 있다.

습관을 통해 성장하는 9단계 모형
습관 설계에서 자주 잊는 것이 ”다음에 더 잘하려면 어떻게 다르게 할까”입니다. 이걸 통해 효능감이 생기면 습관을 유지하는 데에도 유리합니다.

이런 글을 읽을 때 가장 주의해야 하는 점 중 하나가 상관성을 인과성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내가 성공한 CEO들을 관찰해보니 이런 행동을 하더라"는 "이런 행동을 하면 성공하는 CEO가 될 가능성이 높다"를 보장하지 않는다. 이정도로 해석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이런 행동을 하지 않으면 성공하는 CEO가 될 수 없다"로 가버리면 심각하다. 성공한 사람의 현재 행동을 따라하는 게, 초보인 나에게는 때로는 음의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누군가가 현재 하는 (더 정확히는, 한다고 알려진) 행동은 그가 지나온 여정의 한 순간에 불과하다. 그 사람이/그 조직이 그 행동을 왜 하는지, 그 행동을 수월하게 만드는 장치와 구조는 무엇인지, 지금 그 행동을 하기까지 과거 어떤 경험과 학습과정을 거쳤는지, 초기에는 어떻게 했었는지... 등을 이해하고 따라해야 나와 우리 조직의 성공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일 수 있다. 즉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배워야 한다. 인스턴스가 아니라 클래스를, 클래스 자체가 아니라 클래스 작성 과정을 관찰하며 배워야 나도 비슷한 클래스와 인스턴스를 만들 수 있다.

그러면 그 과정은 어떻게 배우는가?

예를 들어 "탁월한 개발자들의 7가지 습관"같은 글에서 나온 "탁월한 개발자는 커밋 메시지를 정성들여 쓰더라"라는 내용에 흥미가 생겼다고 해보자. 나라면 대략 세 단계로 탐색하고 학습할 것이다. 탐색의 방향은 내부, 외부, 그리고 다시 내부다.

내부 탐색

우선은 내 과거 경험을 토대로 머릿속에서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이게 그럴듯한지, 말이 되는지. 어떤 부분에 호기심이 생기고 어떤 부분은 의심되는지. 내가 아는 탁월한 개발자가 누구더라? 그사람도 커밋 메시지를 정성들여 쓰던가?

외부 탐색

그 다음은 호기심이나 의심이 생긴 항목에 대해 자료를 찾아본다. GPT에게 도움을 받으면 편하다. 목적은 현재의 나에게 전이할 만한 지식을 탐색하는 것. 탁월한 개발자가 되려면 지금의 나는 어떤 행동을 하는 게 유리할까? 커밋 메시지를 더 잘 쓰려고 노력하면 개발을 더 잘 하게 되는 게 정말 맞나? 커밋 메시지를 '잘' 썼는지는 어떻게 판단하지?

만약 탁월한 개발자들이 정말로 정성들여 커밋 메시지를 쓴다면, 관련된 연구가 분명 존재할 것이다. 탁월한 개발자들을 정의하고, 그들이 하는 공통 행동을 추리고, 그들의 탁월함에 영향을 주는 행동 중 "커밋 메시지의 사려깊은 작성"이 큰 비중을 차지하다는 걸 입증했을 것이다. 잘 쓴 커밋 메시지를 판단하는 기준도 있을 것이고.

그게 정말 유효한 행동이었다면 후속 연구도 있을 것이다. 커밋 메시지를 더 잘 쓰게 하면 개발 전문성이 실제로 높아지는지 실험하고 관찰했으리라. 아마 실험 참여자 중 누구는 높아지고 누구는 충분히 높아지지 않았을 것이며, 실험 종료 후에도 전문성이 유지되거나 남다르게 더 빠르게 높아지는 사람을 추적해봤을 수도 있다. 그 차이는 어디에서 왔는가.

어쩌면 이런 결론이 나왔을 수도 있다. "커밋 메시지를 더 잘 쓰기 위해 이러저러한 노력, 장치, 환경을 마련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보다 개발 전문성이 더 높아졌다." 그렇다면 나 또한 단순히 커밋 메시지를 잘 쓰려고 신경쓰기보다는, 그러한 노력, 장치, 환경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게 내 개발 전문성을 높이는 데 더 유리할 것이다.

다시 내부로

이렇게 힌트를 얻었으면 이제 직접 작은 실험을 돌려본다. 연구에서 나왔던 전제조건을 비슷하게 맞춰보고 그게 나에게도 재현되는지 측정하며 확인한다. 직장 동료들과 함께 커밋 메시지 잘 쓰기 스터디 같은 걸 해볼 수도 있다.

외부에서 얻은 정보를 씨앗으로 삼아 내면을 탐색하고, 외부에서 더 풍부한 정보를 얻은 다음, 다시 내부로 시선을 돌려 나와 내 주변에 변화가 생기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의식적 탐구 없이 '현재 잘한다고 알려진 누군가의 현재 행동이라고 알려진 무언가'를 따라하기만 한다면, 정말로 잘하게 되었더라도 그 성장을 이후 다시 재현하기는 어려울 거라고 본다. 본인에게든 다른 사람에게든.

나만의 인과를 만드는 습관

외부 탐색을 해봤더니 관련 연구가 안 나온다면? 오히려 좋다. 내 검색 능력을 높이든, 이왕 얻은 씨앗으로 다른 지식을 찾든 해보면 된다. 단순히 내가 흥미로워했던 무언가가 근거 없는 이야기였음이 밝혀진 것일지도 모른다. 뭐든 간에 작은 실험을 돌려보면 좋다. 모든 것이 학습의 기회다.

상관관계를 인과관계로 착각하지 말자. 근거를 찾고, 나만의 인과를 만들어보는 습관을 길러보자. 나는 이런 습관이야말로 성공하는 비결이라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