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 고마운 마음을 살짝 말해봐
RT와 기년회, 그리고 2024년을 돌아보며 기분이 아주 좋았다. 그러다가 고객사와의 미팅에서 근 몇 년간 최고로 화가 났다. 상대방의 태도도 큰 문제였지만 나 스스로 더 잘 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걸 깨달은 부끄러움이 더 컸다.
그 외에도 더 힘든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어제는 신한은행 강의를 멋지게 성공해서 다시 기분이 나아졌다. 그런데 오늘은 아침에 아내랑 크게 말다툼했다. 새해부터 감정의 롤러코스터가 엄청나다.
나는 신경성이 많이 낮고 감정 기복이 적은 편이다. 그러다보니 크게 화를 내는 것도, 큰 화를 받는 것도, 따뜻한 위로를 하는 것도, 받는 것도 참 익숙지 않고 서툴다.
아예 코칭, 상담 '모드'면 모르겠는데 아직 수련이 부족하여 일상에서는 어렵다. 특히 가족에 대해서는.
SNS를 개인 브랜딩 창구에 가깝게 사용하다 보니 감정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쓰기 어렵다. 쓰더라도 도움요청, 또는 감정의 격류가 지나간 뒤에 쓰게 된다.
나의 존재보다 부재가 상대방에게 더 도움이 된다는 걸 느낄 때... 그게 아주 특정한 컨텍스트에 국한된 거라는 걸 아는데도, 굉장히 무력감이 든다. 난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도와주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인정과 감사를 받을 때 기쁨을 느낀다. 그래서 무력감을 느낄 때는 참 힘들다.
근데 돌이켜보면 가족 외에는 무력감을 느낀 적이 거의 없는 것 같기도 하다..? 사회적 성취가 가정으로 잘 흘러가지 못하는 게 아쉽다.
지금이 서로에게 힘든 시기임을 잘 알고 있다. 아주 많은 상황이 겹쳤다. 건강, 일, 육아 모든 곳에서 아내와 나에게 큰 스트레스를 주고 있어서 그렇다. 시간이 해결해줄 부분이 분명히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그래도 힘든 건 힘든 거고, 다른 한편으로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고 싶다.
힘든 일이 있어도, 책임지는 일과 책임지는 사람이 있다면 일상을 살아가야 한다. 힘듦이 책임져야 하는 일과 사람 때문에 올 때조차 그렇다. 이게 서글프기도 하지만 위로가 되기도 한다.
오전 내내 저기압이다가, 여은이를 문화센터에 데려다줘야 해서 집을 나섰다. 차에서 여은이가 동요를 불렀다. 예전에 유치원에서 배운 <행복의 주문> 이라는 창작동요다.
노래에는 이런 가사가 나온다.
하루하루 고마운 마음을 살짝 말해봐
우리 모두모두가 미소지을 수 있도록
나는 힘든 일을 잘 마치고 집에 돌아갔을 때 아내로부터 고생했다는 말을 듣고 싶다. 그런데 거꾸로 나는 아내에게 집안일하느라, 육아하느라 고생했고 고맙다는 말을 자주 했던가? 그러진 않았다.
글을 쓸 때는, 다른 사람에게는 아내에게 늘 고맙다고 쓰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늘' 고맙다는 건 역으로 평소에는 정작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직접 건네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어딘가에 공약 걸고, '매일 고맙다는 말 하기' 습관화 같은 프로젝트로 만들 순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정말 진심으로 말하게 될지 모르겠다. 무엇에 대해 고마운가? 육아는 끝없이 반복되는 일상이고, 시작과 끝이 없다. 반복은 감정을 무뎌지게 만든다.
연말에 시작했다가 너무 여러 일이 겹쳐서 3일만에 중단된, '매일 10분간 눈 마주치고 대화하기'는 그래서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월요일부터는 이걸 다시 하자고 했었는데 서로 그럴 마음이 들지 아직은 모르겠다.
하루하루 고마운 마음을 살짝 말하기. 정말 좋은데, 정말 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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