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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쩌다 본투비 성실캐가 되었나

과학적 노력으로 더 성실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저는 몇 년 전부터 지키고 있는 일일 습관이 여러 개 있습니다. 일기는 2년 넘게 거의 매일 쓰고 있고, 간헐적 단식은 아예 삶에 녹아버려서 이젠 '지켜야 할 습관'으로 치지도 않죠.

이렇다보니 '대문자 J'같다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사실 저는 MBTI상 P와 J가 딱 반반입니다. Big 5 성격검사에서도 성실성이 아주 높은 편도 아니었고요(58퍼센타일). 이 얘기를 들은 한 지인은 제가 '본투비 성실캐'인줄 알았다며 놀라시더군요.

예전의 저는 습관화는커녕, 계획을 세우고 안 지키거나 못 지킨 게 참 많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바뀌었을까? 가 궁금해서 스스로를 분석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습관 형성을 돕는 습관이 있다

돌이켜보면, 그 시작은 스탠포드 신경과학 교수 앤드류 휴버맨의 유튜브였어요. (요즘엔 유튜브 자체를 안 보지만) 당시에는 근거 기반으로 과학 지식을 흥미롭게 얘기해주는 휴버맨에게 푹 빠져있었는데요. The Science of Making & Breaking Habits 라는 영상이 눈에 확 들어왔습니다.

영상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습관 형성을 돕는 습관이 있다'는 메시지였습니다. 저는 이렇게 이해했어요. (본지 오래되서 기억 왜곡이 있을 수 있어요)

"규칙적으로 잠들고, 일어나자마자 햇빛 보고, 규칙적으로 먹기(간헐적 단식). 이 3가지를 습관화하면 다른 걸 습관화하기도 쉬워진다."

뭔 바람이 불어서인지 바로 실행을 해봤는데 운좋게도 저한테 꽤 잘 들어맞았습니다. 특히 아침을 거르는 간헐적 단식으로 오전 시간을 확보함으로써 하루의 패턴이 안정화되는 효과가 있었어요. 이걸 시작으로 다른 습관도 조금씩 기존 습관의 앞뒤로 붙여나가니 의외로 비교적 쉽게 루틴이 형성되더군요. 매일 일기를 쓰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입니다.

과학적 노력으로 더 성실한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재밌는 건, 그 즈음에 11년만에 Big 5 성격검사를 다시 해봤는데 제 성실성이 많이 올라가있었어요. Big 5는 재검사 신뢰도가 높아서 잘 바뀌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서 무척 신기했죠. (관련글: 나는 P도 J도 아니다)

LLM에게 물어보니 나이가 들고, 팀 리더가 되고, 부모가 되면서 성격이 변하기도 한다고 대답하더군요. 일리가 있긴 했지만 그보다는 저는 이렇게 믿고 싶었어요.

'내가 애초에 성실성이 높아서 습관을 잘 지킨 게 아니라, 습관을 - 특히 습관을 잘 만들어주는 습관을 잘 지키다 보니 성실성이 올라갔다', 즉 과학적 노력을 통해 성실해질 수 있다고 말이죠.

당연히 엄밀한 근거가 있는 건 전혀 아니고 (딥리서치 안해봄ㅋ) 저 혼자만의 경험일 뿐이지만, 다른 분들께도 한번 시도해보길 권하고 싶습니다.

목적이 있는 습관이 우리 삶에 더 중요하다

한편, 저는 습관을 크게 두 종류로 봅니다.

첫번째는 위에서 언급했던, 다른 습관 형성을 돕는 바이오리듬에 관련된 습관들입니다. 매일 '실행'하면 되는 유형이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매일 아침 햇빛 쬐기, 간헐적 단식 하기 등.

두번째는 훨씬 강한 목적성을 띄는 습관들입니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령 괴롭더라도) 뭔가를 더 잘 해야만 하고, 꾸준히 해야만 할 때 필요한 습관이죠. 매일 피아노 연습하기, 매일 블로그 글쓰기, 매일 코딩 인터뷰 문제 풀기 등.

둘 중 우리에게 더 큰 가치를 주고, 더 잘 하고 싶은 건 아마 후자일 거예요. (물론 전자도 후자처럼 할 수 있겠지만) 전자는 후자를 돕는 거고요.

후자의 습관을 어떻게 설계해서 실행할 것인가, 그걸 통해 어떻게 더 성장하고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 이건 다음 글에서 다뤄보겠습니다. 예전에 썼던 '습관을 통해 성장하는 9단계 모형'이라는 글을 좀 더 구체적으로 써보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