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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살 아이에게 다시 삶을 배운다

여은이와 함께 인천어린이과학관의 과학 마술 콘서트를 다녀왔다. 여은이가 과학도 좋아하고 마술도 좋아하는 터라 정말 재미있게 봤다. 아이들을 아주 쥐략펴락 하더라. 여은이가 다음에 또 오고 싶다고 했다.

끝나고 짜장면 먹이려고 과학관 근처 중국집에 갔는데, 3번을 불러도 뭐 자기네들끼리 얘기를 하면서 주문을 받으러 오질 않았다. 마지막으로 부른 뒤 5분 넘게 기다렸는데도 안오길래 화가 나서 여은이 데리고 자리를 일어나니, 그제서야 “주문하시겠어요?” 하더라. 원래 이런 얘기 잘 안 하는데 나도 모르게 “불렀는데 안오셨잖아요. 여은이 가자” 하며 나갔다.

인근 다른 중국집으로 운전해서 가는 길에 여은이가 나에게 공감해주며 “진짜 기분 나쁘다. 왜 불렀는데 안오지?”라고 해서 고마웠는데 그 다음 말에 띵 했다. “다음에 또 가보자”는 게 아닌가. 나는 당연히 거들떠볼 생각도 없었는데... “방금 거기 또 가보자고? 왜?” 하고 물어보니 “다음에는 안그러겠지!” 라고 하더라. 이 말 듣고 생각이 많아졌다.

나는 내 주변 사람들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신뢰하고, 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좀 불편한 일이 있어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믿으려고 한다. 하지만 식당에 대해서 그런 스탠스를 취한 적이 없다. 특히 처음 가는 식당이라면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여은이는 첫인상이 안좋았음에도 관용의 태도를 취했다. 내가 언제 이렇게 편협해졌나 싶었다.

그리고 하나 더. 두번째 중국집에 가서 다 먹고 나오는데 여은이가 내 의자까지 대신 밀어주고 나왔다. 그걸 본 주인 아주머니가 칭찬해주고, 여은이는 뿌듯해하고. 내가 밀어넣지 않은 의자를 여은이가 대신 밀어준 게 벌써 두 번째다.

이렇게, 고작 만 4세 여은이에게 삶을 다시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