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다 어디에 기록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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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도구 7개가 나와있긴 하지만 거기에 특별한 도구는 별로 없습니다. AI 도구도 하나도 없고요. 글의 방점이 제가 무엇을 쓰는지 소개하는 게 아니라,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각 도구를 조합해서 쓰는지 (그래서 정보가 어떻게 흐르는지) 소개하는 데 찍혀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뭘 쓰냐보다 어떻게 쓰냐가 더 중요하고, 그보다 왜 (+ 어떤 마음으로) 쓰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구상중인 다음 글에서는 제가 도구를 활용하는 '마인드셋'을 공유할까 합니다. 부제는 "AI 시대에 AI 월세 0원으로 사는 n가지 방법".
"글 많이 쓰시고 기록도 많이 하시던데 그거 다 어디에 어떻게 기록하세요?" 같은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저의 정보 관리 도구들을 한번 스냅샷 떠두면 그분들께 전달드리기 편하겠다 싶어 글로 남깁니다.
정리해보니 저는 총 7가지 종류의 기록을 7가지 도구를 조합해 쓰고 있었어요.
- 매일 습관 기록은 노션 + 구글 스프레드시트
- 매일 쓰는 일기와 회고는 노션 (w/ 캘린더)
- 할 일 관리는 노션 + 캘린더 + 스프레드시트
- 회의 기록과 시각화는 FigJam + 스프레드시트
- 공부하고 기억하고 싶으면 Anki
- 가벼운 메모는 Drafts
- 체계적으로 정리한 글은 Ghost (블로그 + 뉴스레터)
그 외 모든 것은 노션. 티아고 포르테의 PARA Method를 활용합니다.
좀 중구난방 복잡하긴 하지만 시각화도 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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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간, 주간, 월간 루틴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기록이 있고
- 업무 과정에서 생기는 기록이 있고
- 학습과 성장의 결과로 글 쓰며 생기는 기록이 있더군요.
하나씩 가볍게 소개해보겠습니다.
1) 매일 습관 기록은 노션 + 구글 스프레드시트
매 평일에 7개 습관을 10점 만점으로 기록하고, 그 날의 전반적 만족도, 만족도를 높인/낮춘 요인을 적어둡니다. 2025년 습관은 수면, 햇빛, 산책, 운동, Anki, 아내와 대화, 정신차리고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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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레드시트는 전체 경향을 한눈에 보고, 평균 내서 관리하기 위해 씁니다. 노션에는 이유와 활동까지 적지만 스프레드시트에는 점수만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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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매일 쓰는 일기와 회고는 노션 (w/ 캘린더)
작년부터는 매일 습관 기록하며 같이 쓰니 거의 빼먹지 않게 됐습니다. 캘린더에는 매달 마지막주 금요일에 반복 일정으로 월간회고를 위한 시간을 빼두었습니다. 월간회고는 연초에 세운 목표에 기반해 그 달에 어떻게 살았나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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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할 일 관리는 노션 + 캘린더 + 스프레드시트
그 달의 할 일들은 노션 월별 기록 문서 최상단에 놓고, 사람 만날 일들은 캘린더에 놓고, 그 날의 할 일들과 집중할 작업은 "작업등대"라는 방식으로 스프레드시트에서 합니다. 캘린더 연동된 할 일 관리 또는 뽀모도로 도구를 여러 개 써봤지만 얼마 안 돼서 다시 순정으로 돌아오게 되더군요. 자유도가 부족한 게 답답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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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회의 기록과 시각화는 FigJam + 스프레드시트
주기적으로 만나서 작당모의(주로 교육, 이벤트, 워크숍 설계)하는 소그룹이 3개 있는데 이분들과는 다 피그잼으로 회의합니다. 무겁지만 시각화하며 각자 참여도를 높이기에 아주 좋습니다. 우리 회의 방식 자체를 상품화해볼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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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프레드시트는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때, 자유로운 시각화가 크게 필요하지 않을 때 씁니다. 피그잼보다 가볍고 동시다발적 참여가 수월해서 좋습니다. (참고: 온라인 회의 요결 by 김창준)
5) 공부하고 기억하고 싶으면 Anki
블로그 글감도 되고, 상담해드릴 때 조언할 정보도 가져옵니다. 때론 지금 내가 고민하고 있는 중요한 문제의 힌트도 던져주는 진정한 세컨드 브레인입니다. 저의 Anki 사용법을 GeekNight 2024에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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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가벼운 메모는 Drafts
모바일 입력이 굉장히 빠르고 맥북 연동도 아주 훌륭합니다. 오프라인에서도 문제없고, 마크다운도 잘 되고요. 블로그 글 초안의 절반 정도는 Drafts로 모바일에서 씁니다. 이 글도 초안을 Drafts에서 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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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체계적으로 정리한 글은 Ghost (블로그 + 뉴스레터)
여러 블로그 플랫폼 옮겨다니다(Github, Medium, Notion + Super + Maily) 작년부터 Ghost에 정착해서 뉴스레터도 같이 보내고, SNS와 커뮤니티에도 올립니다. 글이 몇 년치 쌓이다 보니 누군가 조언을 구할 때 이거 읽어보세요, 하고 드리기가 쉬워졌습니다. Ghost에 좋은 편의기능이 참 많은데 정작 검색 기능이 썩 좋지 않아 내가 썼던 글 찾기가 어려운 건 좀 불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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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모든 것은 노션 (w/ PARA)
노트 기록 도구도 Google Keep, Evernote, Workflowy 등 여러 가지를 거쳐 노션에 정착했습니다. 제가 디지털 월세를 제법 철저하게 아끼는 편이지만 제 정보 관리 체계의 중심이라 노션은 구독해야겠더군요. 특히 PARA를 쓰고서부터 생산성이 확 올라왔는데, "이거 어디에 넣지?" "이거 어디에 놨더라?" 두 질문이 사라졌습니다. 구글 드라이브와 북마크도 PARA로 관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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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세계에서 다시 나에게로
블로그, 뉴스레터, SNS를 통해 외부 세계로 나간 글은 커뮤니티 속에서,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인용되면서 새로운 정보 자극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흐름이 있어서 글쓰는 걸 멈출 수 없는 것 같아요.
여러분은 어떤 정보 관리 체계를 가지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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