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고민 #2] 제대로 돕고 싶으니 컨텍스트를 주세요

컨텍스트를 풍부하게 담아 도움을 요청하고, 답변 받은 걸 빠르게 시도해서 결과를 공유하고, 감사를 표해보세요. 이걸 습관화한다면 사랑받는 주니어, 나아가 시니어급으로까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좋은 질문의 요건

개발팀 리드, 커뮤니티 고인물, 워크숍 진행자 등 제가 가진 정체성의 특성상 (특히 주니어로부터) 질문과 도움 요청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곧이곧대로 답변하고 도와줬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았던 경험도 많았고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시작 전에 훨씬 더 풍부한 컨텍스트를 요구하게 됐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질문의 요건을 충족시킬 때까지요. 저는 ‘좋은 질문’은 이런 정보들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1. 내 문제는 A다.
  2. A를 풀어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건 B다.
  3. A와 B는 이런 이유로 내게 중요하다.
  4. A는 C라는 다른 문제를 풀다가 나왔다.
  5. A를 푸는 전략을 D1, D2를 이용해 탐색해봤다.
  6. E1, E2, E3라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F1, F2, F3를 실행했더니 결과가 어땠다.

이렇게 하니 재밌는 게 두 가지 있었는데…

문제가 알아서 해결되네?

첫번째는, 이렇게 묻다 보니 여러가지 경로로 문제가 곧잘 알아서 해결되어버리더군요. 대략 이런 식으로요.

  • 지금 본인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닫거나
  • 풀고 싶었던 문제가 사실 달리 있었음을 깨닫거나
  • 너무 당연하게 여겨 확인도 안 했던 게 문제였음을 깨닫거나
  • 조금만 비틀어서 생각해보니 이 문제를 풀 필요도 없었음을 깨달아서
  • 결과적으로 본인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게 됨

도메인 전문성을 발휘할 필요도 없이 문제 정의를 위한 핑퐁만 했는데 상대방은 만족하고 떠나는 거죠. 저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고, 상대방은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과 좋은 문제 정의 및 질문법을 배우니 윈윈이었습니다. 스스로 해결을 못했더라도 핀포인트해서 문제에 접근할 수 있으니 훨씬 상황이 유리해지고요.

AI에게도 써먹을 수 있네?

두번째 재밌는 점은 이걸 AI에게 질문할 때에도 그대로 써먹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어찌보면 당연해요. AI는 웹에 널려있는 좋은 질문과 답변을 학습했고, 또 저는 AI에게 도움을 청하는 입장이니까요.

그 덕분인지 저는 GPT 3.5 시절부터 LLM으로부터 제법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모든 모델이 점점 더 알아서 잘 해주는, 똑똑하고 친절한 AI로 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이런 질문법의 힘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주니어를 위한 제언

사실 주니어 분들의 더 큰 문제는 좋은 질문을 못하는 게 아니긴 합니다. 저평가받고, 거절당하고, 민폐가 될까봐 두려워 질문 자체를 안 하는 게 더 문제죠. (관련글: 질문하고 부탁할 때 저평가, 거절, 민폐의 두려움 이겨내기)

컨텍스트를 풍부하게 담아 도움을 요청하고, 답변 받은 걸 빠르게 시도해서 결과를 공유하고, 감사를 표해보세요. 이걸 습관화한다면 단순히 고평가 받는 걸 넘어 사랑받는 주니어, 나아가 시니어급으로까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시일이 지난 뒤 본인이나 본인의 문제가 어떻게 변했는지까지 공유하면… 사회적 자본이 무한 성장하는 걸 느끼게 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