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고민 #2] 제대로 돕고 싶으니 컨텍스트를 주세요
좋은 질문의 요건
개발팀 리드, 커뮤니티 고인물, 워크숍 진행자 등 제가 가진 정체성의 특성상 (특히 주니어로부터) 질문과 도움 요청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곧이곧대로 답변하고 도와줬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실제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았던 경험도 많았고요.
그래서 몇 년 전부터는 시작 전에 훨씬 더 풍부한 컨텍스트를 요구하게 됐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질문의 요건을 충족시킬 때까지요. 저는 ‘좋은 질문’은 이런 정보들을 담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내 문제는 A다.
- A를 풀어서 궁극적으로 하고 싶은 건 B다.
- A와 B는 이런 이유로 내게 중요하다.
- A는 C라는 다른 문제를 풀다가 나왔다.
- A를 푸는 전략을 D1, D2를 이용해 탐색해봤다.
- E1, E2, E3라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F1, F2, F3를 실행했더니 결과가 어땠다.
이렇게 하니 재밌는 게 두 가지 있었는데…
문제가 알아서 해결되네?
첫번째는, 이렇게 묻다 보니 여러가지 경로로 문제가 곧잘 알아서 해결되어버리더군요. 대략 이런 식으로요.
- 지금 본인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닫거나
- 풀고 싶었던 문제가 사실 달리 있었음을 깨닫거나
- 너무 당연하게 여겨 확인도 안 했던 게 문제였음을 깨닫거나
- 조금만 비틀어서 생각해보니 이 문제를 풀 필요도 없었음을 깨달아서
- 결과적으로 본인이 알아서 문제를 해결하게 됨
도메인 전문성을 발휘할 필요도 없이 문제 정의를 위한 핑퐁만 했는데 상대방은 만족하고 떠나는 거죠. 저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고, 상대방은 스스로 해결하는 경험과 좋은 문제 정의 및 질문법을 배우니 윈윈이었습니다. 스스로 해결을 못했더라도 핀포인트해서 문제에 접근할 수 있으니 훨씬 상황이 유리해지고요.
AI에게도 써먹을 수 있네?
두번째 재밌는 점은 이걸 AI에게 질문할 때에도 그대로 써먹을 수 있었다는 겁니다. 어찌보면 당연해요. AI는 웹에 널려있는 좋은 질문과 답변을 학습했고, 또 저는 AI에게 도움을 청하는 입장이니까요.
그 덕분인지 저는 GPT 3.5 시절부터 LLM으로부터 제법 만족스러운 답변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요즘은 모든 모델이 점점 더 알아서 잘 해주는, 똑똑하고 친절한 AI로 가고 있는 것 같지만 그래도 이런 질문법의 힘은 여전히 유효합니다.
주니어를 위한 제언
사실 주니어 분들의 더 큰 문제는 좋은 질문을 못하는 게 아니긴 합니다. 저평가받고, 거절당하고, 민폐가 될까봐 두려워 질문 자체를 안 하는 게 더 문제죠. (관련글: 질문하고 부탁할 때 저평가, 거절, 민폐의 두려움 이겨내기)
컨텍스트를 풍부하게 담아 도움을 요청하고, 답변 받은 걸 빠르게 시도해서 결과를 공유하고, 감사를 표해보세요. 이걸 습관화한다면 단순히 고평가 받는 걸 넘어 사랑받는 주니어, 나아가 시니어급으로까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시일이 지난 뒤 본인이나 본인의 문제가 어떻게 변했는지까지 공유하면… 사회적 자본이 무한 성장하는 걸 느끼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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