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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못 하는게 당연한 거야

만족도의 기준을 낮추면 행복도의 역치도 낮아진다.

11월에 결혼하는 사촌동생이랑 추석에 만났었는데, 그 때 여은이가 동생과 고모에게 재롱을 좀 피웠다. 그때 사진과 영상을 동생 아내될 사람이 보더니 너무 귀엽고 차분하다며 고모를 통해 화동 역할을 부탁해왔다.

여은이에게 물어보니, 여은이는 뭔지도 모르고 하겠다고 끄덕끄덕. 화동 영상 보여줘도 좋다고 끄덕끄덕. 우리도 좋은 추억이 될 것 같긴 하지만, '가서 혹시 여은이가 얼어붙거나 해도 괜찮다는 걸 그쪽이 받아들여주면 하겠다'고 고모에게 말씀드렸다. 더 나아가, 잘 못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자는 이야기도 했다.

문득 여은이가 유치원 처음 가던 때가 생각났다. 여은이가 다녔던 어린이집과 좀 안 좋았던 터라, 아내가 '유치원에서 여은이 적응 못하면 어떡하나'라고 걱정했었다. 나는 사실 걱정이 별로 안 됐었는데, ‘적응 잘 할 거야’라고 믿어서가 아니었다. “적응 못하는 걸 디폴트로 보고, 잘 하면 정말 좋은 거고, 안 되면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그때 대처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아내가 이 말을 듣고 안심이 많이 됐다고 하더라.

실제로는? 적응 너무 잘 해서 놀라울 정도였다. 럭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