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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사회적 자본 네트워크 강화하기

나의 일상에서 소중한 부분을 차지하는 분들끼리 연결해드리는 것 또한 사회적 자본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유지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우리 가족은 몇 년째 같은 미용실에 다닌다. 아내로 시작해서 나, 여은, 그리고 아마 곧 효은이까지. 친절하고, 편안하게 대해주시고, 머리도 무난하게 잘 깎아주신다. 코로나 때 손님이 급감하여 힘들어하셨는데 지역화폐로 몇십만원을 선결제했더니 아주 고마워하셨던 기억이 난다.

수요일에 퇴근 후 이발하러 미용실에 갔다. 머리 깎으며 문득 원장님의 오전 영업시간이 들쭉날쭉했던 게 기억나서, 보통 몇시에 영업 시작하시냐고 여쭤보니 오전에 병원 갈 때가 꽤 있으시다고 하더라.

그렇게 대화를 시작하여 간헐적 단식과 수면 얘기까지 나누다가, 원장님은 어깨 통증 때문에 요즘 밤에 잠을 잘 못 주무신다고 하셨다. 그래서 오전에 병원에 자주 가는 건데, 정형외과를 5군데쯤 다녀봤고, 주사도 자주 맞아보지만 갈수록 효과가 줄어든다고. 최근에는 MRI도 찍어봤는데 어깨에 염증이 엄청 많이 차있다는 얘기까지 들었다고 하셨다. 미용업의 직업병이라고. 그제서야 원장님이 날 이발해주실 때 조금 숙인 허리와 목이 눈에 들어왔다.

문득 절친한 한의사분이 해주셨던 말이 떠올랐다. 염증 치료에 침술의 효과가 무척 좋다고 하셨고, 나도 침 맞고 상태가 빠르게 호전됐었다. 그래서 원장님께, 조금 거리가 있지만 그 한의원에 내방해보시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드렸다. 침술에 일가견이 있는 분이라 효과도 좋고, 제 소개로 왔다고 하면 평소 자세라거나 여러가지 조언도 잘 해주실 거라고.

근데 정작 소개할 생각을 해보니, 내가 원장님 성함을 아직까지도 몰랐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 이분은 나를 포함해 우리 가족 이름 다 아시는데. 아무튼 명함을 받아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한의사분께 전화해 소개해드리고 원장님께도 말씀드렸다. 한의원 소개도 소개지만 내가 걱정하고 신경써주신 것을 무척 고마워하시더라.

이 짧은 에피소드를 통해 "사회적 자본"에 대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 사회적 자본을 활용한다고 하면 가족, 직장, 커뮤니티 등 가까운 지인들 안에서만 찾았다. 그런데 나의 일상에서 소중한 부분을 차지하는 분들끼리 연결해드리는 것 또한 사회적 자본의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유지하는 아주 좋은 방법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 미용실 원장님이 건강 문제로 문을 닫는다면 우리 가족은 상당히 아쉬우리라. 그러면 내가 건강을 챙겨드리면 되겠네. 한의원은 매출 올려서 좋고, 원장님도 정형외과보다 더 적은 비용으로 건강 챙기셔서 좋고.

동시에 나의 지나친 무심함 또한 깨달았다. 원장님이 그런 문제를 겪는지도 몰랐고, 평소에 어떤 자세로 일하시는지도 몰랐고, 무엇보다 원장님의 성함도 몰랐다. 이번 일을 계기로 관심의 원을 내 주변에서 조금은 더 넓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침에 이 글을 적으면서, 의자를 좀 높이면 허리를 덜 숙이지 않을까 해서 카톡을 해봤다. 원장님은 여러 시도를 해봤는데 의자가 높으면 팔을 높이 들어야 하는 게 더 힘들어서, 오히려 높이를 점점 낮춰왔다고 하시더라. 역시 남 도와주는 게 쉽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