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커, 기버, 그리고 데드라인
최근 지인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애덤 그랜트의 책 <Give & Take>에 대한 영상이 올라왔다. 그걸 보고 몇 년 전에 인상깊게 시청했던 애덤 그랜트의 TED 영상을 요약했던 게 생각나서, 소개 삼아 공유해본다. 지금 다시 봐도 울림이 있다. 나는 현재 조직에서 어떤 유형의 사람인가? 우리 조직은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는가?
개인적 차원에서는, 나는 도움요청 받았을 때 거의 항상 역질문을 한다. '내가 너를 유의미하게 도와주려면 너도 최소한 이정도 시간과 에너지는 써서 나에게 유의미한 컨텍스트와 정보를 줘야 한다. 서로 도와야 한다' 같은 사고방식이다. (반대로 내가 물어볼 때는 이런 정보를 처음부터 잘 주려고 한다) 이렇게 했을 때 걸러지는 도움 요청이 상당히 많았다. 이 또한 도움 요청을 자주 받는 Giver들이 본인 시간과 에너지를 잘 관리하여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기도 하겠다.
아담 그랜트 영상 요약
3만 명 조사했다. 엔지니어, 간호사, 영업사원 등. 분포가 기버 25, 테이커 19, 매처 56 정도 되더라.
테이커는 빨리 올라가고 빨리 망한다. 매처는 '눈에는 눈' 전략을 쓰기 때문에 테이커에게 쉽게 당하지 않는다. 근데 매처가 더 많기 때문에 눈에는 눈 전략으로 테이커를 망하게 할 수 있다.
그러면 기버는? 고성과자와 저성과자 양쪽에 분포되어 있다.
저성과 기버는 남 도와주느라 자기 일 못해서 그러는 것이다. 기버가 있는 조직은 여러모로 생산성과 만족도가 높다. 기버가 고성과를 내고 인정받는 조직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1) 기버가 번아웃되지 않게 해라.
기버는 남 도와주느라 쉽게 지친다. 이들을 지켜줘야 한다.
남을 과하게 도와주려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들에게 원칙을 제시해줄 수 있다. "테레사 수녀가 되는 게 아니라 5분만 선의를 베풀어본다" 같은 식.
2) 도움 요청을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라.
도움 요청을 장려하는 문화란, 즉 기버에게 도움 받는 게 가치있게 되는 문화다.
요청받은 걸 처리해주면 기버는 성과를 낼 수 있고, 감사받고, 행복해진다.
그리고 75~90%의 기버는 도와주고자 할 때 "질문"부터 시작한다. 즉 많은 도움이 묻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물어보는 걸 장려하면 다른 사람들도 기버가 되기 쉬워진다.
근데 사람들은 보통 물어보질 않는다. 무능해보일까봐, 좋은 질문 못할까봐, 바빠보여서 부담주기 싫으니까 등. 이걸 이겨내고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봐라.
(막간으로 이와 관련해서 썼던 글 홍보)
3) 테이커를 팀에 들여오지 말고 솎아내라.
테이커 한명 들어오면 기버 여러명이 떠나거나, 도움을 중지하게 된다. 반면 매처는 분위기를 따르기 때문에 테이커만 솎아내면 기버 문화로 만들 수 있다.
문제는 테이커 솎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 "우호적agreeableness"이라는 게 기버의 좋은 신호이긴 하지만, 테이커도 우호적일 수도 있고 기버도 무뚝뚝할 수 있다.
따라서 무뚝뚝한 기버를 성급하게 테이커라고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 이들은 누구도 듣고 싶어하지 않지만 모두가 들어야 하는 중요한 피드백을 하는 사람들이다.
우호적인 테이커를 거르기 위해 면접 때 내가 자주 써먹는 질문은 "당신의 경력을 근본적으로 향상시킨 사람 네 명을 말해보세요"다.
- 대개 테이커는 아첨하는 것(kissing up)에 익숙하기 때문에 영향력과 권위가 높은 사람의 이름을 댄다.
- 대개 기버는 권력 구조의 아랫단에 있는 사람 이름을 많이 댄다.
데드라인을 활용하기
참고로 나는 애덤 그랜트의 TED 영상은 LeadDev에서 읽은 "데드라인을 효율적으로 써서 행복하고 생산적인 팀 구축하기" 라는 글을 GeekNews에서 올리면서 알게 됐다.
이 글에는 데드라인을 동기부여를 위한 채찍 이상으로 잘 사용하는 두 가지 방법이 소개된다.
- 창의성을 발휘하는 데 도움을 주는 제약으로 사용
- "giving"을 관리하는 도구로 사용
여기서 2번이 애덤 그랜트의 '기버를 돕는 구조'와 일맥상통한다.
"고성과 기버는 언제 give할지, 언제 내 일을 할지 giving을 관리하는 법을 안다. 매니저가 그렇지 못한 기버들에게 데드라인을 명확히 지정하고 가이드를 주면서 일정 관리를 스스로 잘 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giver들이 고성과자로 거듭날 가능성이 높아진다." 같은 논리다.
지인들의 영상에는 위 내용과 별개로, <Give & Take> 책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재밌는 인사이트도 더 있으니 시청을 추천드린다.
Member discu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