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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을 가리키는 사람을 보다: 불확실성과 암묵지를 드러내는 삼점 추정법 (1/2)

3점 추정법을 이용해 추정하는 사람의 컨텍스트를 드러내고 불확실성을 인식할 수 있다. 인지된 불확실성은 불안이 아닌 그저 학습과 실험의 대상이다. 이 과정에서 조직은 점점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달을 가리키는 사람을 보다: 불확실성과 암묵지를 드러내는 삼점 추정법 (1/2)
문월도, 이정, 간송미술관 소장

견지망월(見指忘月), 달을 가리켰더니 손가락만 보더라. 말꼬투리를 잡는 사람들, 본질을 무시한 채 현상만 바라보는 사람들, 메시지보다는 메신저에 주목해서 공격하는 사람들을 비판할 때 쓰이는 말이다.

그런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그 너머에 있는 사람을 파헤치는 이 태도는 조금만 시선을 바꿔보면 충분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여지가 있다. 누굴 공격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텍스트가 원래 그 자체로는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텍스트는 컨텍스트와 함께 완성된다. 컨텍스트, 즉 누군가가 달을 가리키는 의도를 이해하고, 달을 가리키기까지 어떤 사고 과정을 거쳤는지 이해하면 내가 얻는 정보의 양과 질이 아주 풍부해진다.

사실 누군가의 발화가 발화자의 내면을 표현하기 어려우며, 때로 발화는 그 내용 자체보다는 발화자 본인에 대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한다는 이야기는 여러 현인들이 비슷하게 말한 바 있다.

제랄드 와인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Feedback describes the giver more than the receiver.

피드백은 받는 사람보다 주는 사람에 대해 더 많은 걸 알려준다.

https://secretsofconsulting.blogspot.com/2014/11/the-compulsion-to-give-feedback.html

워렌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Forecasts may tell you a great deal about the forecaster; they tell you nothing about the future.

예측은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는다. 미래를 예측하는 자에 대해서만 많은 걸 알려줄 뿐.

https://www.berkshirehathaway.com/letters/1980.html

더 거슬러 올라가면, 노자도 이런 말을 했다:

知者不言, 言者不知. (지자불언, 언자부지.)

아는 사람은 말하지 못하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

도덕경, 제 56장

이러한 텍스트의 불완정성과 컨텍스트의 중요성을 인식하면 조직 내 의사결정 방식도 조금 다르게 해볼 수 있다. 나는 최근 김창준님의 '일상통계학' 교육에서 삼점 추정법(Three-Point Estimation)을 배웠다. 중요한 숫자를 추정할 때 값 하나가 아닌 최소 기댓값(The Best Case)과 최대 기댓값(The Worst Case), 가장 그럴듯한 값(The Most Likely) 3가지로 추정하는 기법이다. 그러나 여기서 기법이나 숫자가 핵심은 아니다. 핵심은 그 사람이 세 값을 그렇게 추정하게 된 컨텍스트를 파고드는 데에 있다.

이런 방식은 불확실한 상황에서 미래를 예측하고, 부족한 정보로 일정과 예산을 추정해야 할 때 특히 빛을 발한다. 누군가가 말한 숫자의 근거, 즉 그가 현재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며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탐색하다 보면 그의 암묵적 전제와 지식이 드러난다. 조직 내 다른 사람들과의 의견차를 좁히다 보면 우리가 지금 무엇은 아는데 무엇을 몰라서 불안한지 드러난다. 인지된 불확실성은 불안이 아닌 그저 학습과 실험의 대상이다. 이 과정에서 조직은 점점 더 나은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다음 글에서는 '신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프로토타입 개발 중인 가상의 글로벌 에듀테크 스타트업'의 사례로 삼점 추정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려 한다. 회사는 현재 다음 라운드의 투자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PM인 당신에게 CEO가 신제품의 대략적인 판매 예측치를 다음 주까지 달라고 요청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해볼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