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부터 하면 더 유리해질까
나는 평일 점심에 집 근처 한식뷔페에 자주 간다. 가정식 백반이고 본인이 밥과 반찬, 국 따위를 식판에 가져와서 먹는 구조.
여느 한식뷔페처럼 이 식당도 수저를 들고, 식판을 들고, 밥을 푼 다음, 김치 같은 부반찬들을 가져오고, 메인 반찬을 가져오고, 마지막은 국이다. 그런데 여기는 꽤 자주 밥통 위에 "오늘 짜파구리 있어요. 밥양 조절하세요" 같은 말이 써있는 종이를 붙여둔다. 아마 그런 날에 밥을 남기는 사람이 많이 있어서였으리라.
그런데 나는 이게 밥과 반찬을 가져오는 순서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밥은 관습적으로 가장 먼저 푸는데, 밥을 얼마나 풀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반찬의 종류 등)는 나중에 얻는다. 배고파서 밥을 많이 퍼뒀는데 메인 반찬으로 내가 싫어하는 게 나왔다면 어떡하나. 이 시점에 밥 양을 조절하기는 어렵다. 내 뒤에 사람도 있고, 내 식판에 이미 올라갔던 밥을 다시 덜어놓기도 찝찝하고.
나는 메인 반찬이 좀 느끼한 고기라면 김치를 더 많이 가져오고 싶다. 맛있는 면 요리가 있으면 밥 양을 줄이고 싶다. 부대찌개 같은 무거운 국이 나왔다면 밥과 반찬 양을 다 줄이고 싶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식기를 들고 다니는 것도 귀찮다. 떨어뜨릴 수도 있고 양념 따위가 튈 수도 있고.
대개 무엇이 무엇에 영향을 주는지, 어떤 정보를 먼저 얻으면 의사결정에 유리한지는 어느정도 정해져 있다. 그렇다면 순서를 그에 맞게 배치하면 되지 않을까. 나는 외식 경영은 전혀 모르니까 하는 말일 수도 있지만, 적어도 메인 반찬을 가장 앞에 두고 밥을 가장 뒤에 두는 것 정도는 해볼만 하지 않을까(덤으로 수저통도 밥 옆에 두고). 조리 공간에서 가져오는 동선은 고정된 게 좋을테니 매번 바꿀 수는 없더라도 이정도는? 잔반 최소화를 목표로 실험한다는 취지에서.
내 작업에서도 마찬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다. 혹시 내가 그저 관습적으로 할 일의 순서를 정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할 일이 여럿 있을 때 무엇부터 하면 나머지 작업을 하는 데 더 유리해질까. 어떤 정보부터 얻어야 이후 예측가능성이 높아질까. 뭔가 떠오른다면 그 정보부터 얻고, 그 일부터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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