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딸: 어른은 언제 되는거야?
가족에게도 어른스러운 사람이 되고 싶어서 씁니다.
얼마 전 7살 딸이 '어른은 언제 되는거야?'라고 묻길래, 아주 좋은 질문이라고 칭찬하며 두 가지를 알려줬습니다.
- 법적인 성인: 한국에서는 만 19세 지나면 자동으로 된다
- 어른스러운 사람: 충동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해야 하는 일이라면 하기 싫어도 책임지고 열심히 한다
딸은 나이에 대해 물어본 거였지만, '어른스럽다'도 기억에 남았나봐요. 다른 날에 또 좋은 질문을 하길래 칭찬해줬더니 '나 어른스러웠어?' 라고 하더군요. 제 의도와는 달랐으나 어른스러운 질문이었다고 답했습니다.
나이를 먹어도 어른스럽지 못한 사람이 많죠. 어려도 어른스러운 분들도 많고요. 누구든, 처한 맥락과 상황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겠지만요.
저는 사회적 맥락에서는 충분히 어른스러운 사람이라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40대가 가까워지는데도 집에서는 (아내, 딸, 부모님을 대할 때) 자꾸 충동적으로 짜증내고 언성을 높이게 되더라고요. 어제도 아내와, 딸과 사소한 말다툼이 있었는데 가족을 존중하지 못해 너무 미안했습니다.
- 잘못했을 때 인정하고 구체적으로 사과하기
- 고마울 때 인정하고 구체적으로 감사하기
- 다음부터는 더 잘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약속하고 실천하기
딸에게 다음번에는 이게 어른이라고 얘기해줘야겠어요. 저도 가족에게는 너무나 안되는데, 더 잘 하고 싶어서 SNS에 셀프 박제해둡니다.
글을 올린 뒤 '휘동님에게 40대는 어떤 의미냐'라는 질문을 받아서 좀 더 생각해봤습니다.
원래는 별 생각 없이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다'는 의미로 썼는데요.
질문 주셔서 생각해보니... 40세를 불혹이라고 하잖아요. 유혹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게 '충동적이지 않다'는, 제가 어른스럽다고 묘사했던 말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는 요즘 아이가 사회적 약속을 지키면서도, 약속에 휘둘리지 않고 (큰 그림을 보고, 자존감이 높고), 동시에 책임감이 높은 아이가 되게 하려면 나는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 가 고민입니다.
아이가 주체적으로 의사결정하게 해주고 싶으면서도, 어떤 건 분명 '어른'이 결정에 관여해야 하는 게 있고요. 최대한 넓은 경험과 시야를 심어주고 싶은데, 넓게 경험을 심어주는 게 능사인가? 심어주는 게 뭐지? 기회비용은? 같은 생각도 들고 머리가 복잡합니다.
그래서 아빠는 어른이지만 이러저러하게 고민이 참 많다, 자체를 얘기하면 마음이 좀 더 편해지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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