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습관 만들기가 너무 어려워요
'좋은 습관 만들기'는 제가 개발팀 리더로서, AC2 커뮤니티의 멘토로서 대화했던 분들이 상당히 자주 꺼냈던 고민거리입니다. 나쁜 습관을 줄이고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은데 잘 안 되는 분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겠죠.
습관을 만들다가도 금세 흐지부지되는 사람이 있고, 좋은 습관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사람이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 몇 년 전부터는 후자에 가까워졌네요) 이들의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The Fogg Behavior Model
스탠포드에서 인간의 행동 변화 및 습관의 기술에 대해 꾸준히 연구해온 BJ Fogg라는 학자가 있습니다. <Tiny Habits>(번역명 <습관의 디테일>)라는 책의 저자이기도 한 Fogg의 연구는 제품 설계, 헬스케어, 생산성 등 여러 분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져 있어요.
Fogg는 '인간이 언제 행동하게 되는가'를 다음 수식으로 표현했습니다.
B = MAP (The Fogg Behavior Model)
행동(Behavior)이 일어나려면 M, A, P 3가지 요소가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 동기(Motivation): 그 행동을 얼마나 하고 싶은가
- 능력(Ability): 그 행동을 하는 게 얼마나 쉬운가
- 자극(Prompt): 그 행동을 유발하는 트리거가 존재하는가

습관 설계에 적용하기
행동의 반복이 곧 습관이니, 이 모델은 좋은 습관을 설계하는 데에도 아주 유용해요. 예를 들어 '매일 달리기를 한다' 같은 습관은 실행해서 유지하기가 상당히 어려운데요. 여기에 Fogg 모델을 적용하면 이런 식으로 개선할 수 있습니다.
체력과 심폐지구력을 늘리기 위해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30분간 걷기 + 달리기한다. 운동복은 문앞에 걸어놓고 나가면서 입는다. 날씨가 좋으면 야외에서, 안 좋으면 헬스장에서 한다. 30분간 얼마나 멀리 달릴 수 있는지 매번 기록하고, 점점 늘려나간다.
- 동기: 체력과 심폐지구력을 높인다는 구체적 목표가 존재. '기록하고 점점 늘리기'를 통해 점진적으로 성공 경험을 쌓고 성취감을 얻음.
- 능력: 언제, 얼마나, 어디서 할지, 뭘 어떻게 입을지까지 미리 정해둬서 의사결정 부하를 낮춤. 힘들면 걸어도 되니 부담이 적음. '같은 시간 동안 달린 거리'로 능력 향상을 체감할 수 있음. 어제보다 1m라도 더 가면 됨.
- 자극: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는 강력한 트리거. 문앞에 걸려있는 운동복도 좋은 트리거. 자고 일어나서 문 밖에 나가야 하는 건 항상 하는 루틴이니 잊어버리기 어려움.
즉 처음의 '습관화를 잘 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다른가?' 로 돌아가보면, 그들은 동기, 능력, 자극 수준이 모두 높았다고 대답할 수 있겠는데요. 여기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보겠습니다.
습관화의 핵심은 '능력'에 있다
Fogg는 <Tiny Habits>에서, 사람들이 새로운 습관 형성에 실패하는 큰 원인이 단순히 '동기'에만 의존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신 '능력'에 집중하라고 조언해요("Ability is King").
처음의 결심으로 생긴 동기는 왔다가도 다시 가버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습관화하고 싶은 행동을 작게, 하기 쉽게 만들면 습관이 계속 살아있고 결국 몸에 배게 됩니다. 사실 작은 성공으로부터 효능감을 얻는 게 동기를 유지하기에도 좋고요.
Fogg는 이런 사례들을 제시합니다.
- '60분 헬스' 대신 '매일 푸시업 2개'로 시작하라.
- '20분 명상' 대신 '눈 감고 3번 깊게 호흡하기'로 시작하라.
- '30분 조깅' 대신 '운동화 신기'로 시작하라.
- '1시간 독서' 대신 '3페이지 독서'로 시작하라.
- '3끼 모두 건강식 먹기' 대신 '작은 당근 2개 먹기'로 시작하라.
능력을 꾸준히 높이려면?
저는 Fogg가 능력을 강조하여, '행동을 작게 쪼개 효능감을 얻으면서 시작하라'고 했던 말에 지극히 공감합니다. 하지만 실제로 상담을 하다 보니 좀 아쉬웠던 건, 많은 분들이 작은 습관을 일단 만드는 것까지는 성공했어도 그 이상으로 '점점 나아지는' 데까지는 잘 나아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Fogg는 기본적으로, 작게 시작해서 반복하면 자연스럽게 스스로 성장하게 될 거라고 믿은 것 같아요. (마케팅 측면에서 '시작하기'를 강조하는 게 유리해서였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저는 상담 경험, 그리고 스스로의 경험에서 우리가 성장하려면 훨씬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특히 지난 글에서 언급한 '습관의 2가지 유형' 중 후자를 위해서는 더 그렇다고 봅니다.
첫번째는 위에서 언급했던, 다른 습관 형성을 돕는 바이오리듬에 관련된 습관들입니다. 매일 '실행'하면 되는 유형이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 매일 아침 햇빛 쬐기, 간헐적 단식 하기 등.
두번째는 훨씬 강한 목적성을 띄는 습관들입니다.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설령 괴롭더라도) 뭔가를 더 잘 해야만 하고, 꾸준히 해야만 할 때 필요한 습관이죠. 매일 피아노 연습하기, 매일 블로그 글쓰기, 매일 코딩 인터뷰 문제 풀기 등.
이쯤에서, 스스로에게 한번 물어봤습니다. 나에게는 좋은 습관을 만드는 게 왜 이렇게 중요한가.
나는 왜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은가?
저는 좋은 습관을 통해 현재 내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서, 궁극적으로 삶이 더 나아지길 기대하기 때문에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제가 문제를 대하는 이러한 태도 때문입니다.
- 삶에서 만나는 어떤 문제(A)든지, 내가 무언가(B)를 더 잘 함으로써 문제 상황을 개선하는 게 가능하다고 믿는다
- B가 무엇이든 간에, 내가 B를 의식적으로 연습하는 걸 습관화해서 꾸준히 한다면 B를 점점 더 잘 하게 되리라 (그리고 그게 A 해결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 좀 더 나아가 '이 문제를 풀려면 뭘 잘 해야 하지?'를 떠올리고, 설계하고, 조정해서, 실행하는 걸 습관화하면 어떤 문제든지 잘 풀 수 있다고 믿는다
즉 저는 좋은 습관을 가지는 걸 습관화하고 싶습니다. 이걸 통해 삶에서 만나는 문제들을 잘 풀고 싶고요. 이런 생각에서 작년에 만들어본 게 습관으로 성장하는 9단계 모형이었는데요. BJ Fogg의 모델과 통합해서 좀 더 정제해봤습니다.
습관으로 성장하는 9단계 모형

습관화 전
- 아무것도 안 하기
- 한번 해보기
- 가끔 해보기
습관화하기
- 매일 꾸준히 하기
- 목표 달성을 위해 매일 꾸준히 하기
- 5를 하고 나서 오늘은 어땠는지 회고하기
습관을 통해 매일 자라기
- 6을 하면서 내일 조금 더 잘 하려면 어떻게 조금 다르게 해볼까 의식적으로 계획하기
- 7을 하면서 이 계획을 기억하고 활용하기 위한 장치 설계하기
- 매일 할 때 8을 이용하여 7을 인지하며 실행하고, 중간중간 계획 조정하기
3단계(가끔 해보기)에서 4단계(매일 꾸준히 하기)로 넘어가는 게 무척 어렵습니다. 많은 분들이 고민하시는 부분도 여기죠. 여기에서 Fogg의 B=MAP 모델이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습관을 통해 매일 자라는 7단계 이상으로 가려면 메타인지와 의도적 수련이 필요합니다. (의도적 수련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다뤄보겠습니다) 결국 "내가 이걸 점점 더 잘 하려면 다음번엔 어떻게 조금 다르게 해봐야 할까?"를 계속 스스로 물어보고, 실행하는 게 핵심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기서 '어떻게 다르게 할지'를 떠올리는 게 어렵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는 것도 아주 좋아요. 사실 3 → 4단계로 가는 첫 습관 형성에서도 친구와 함께 할 때 훨씬 잘 되잖아요? 동기도 높아지고, 자극도 생기고.
물론 저도 이런 '좋은 습관을 만드는 습관'이 완전히 형성된 건 아닙니다. 그래도 이런 훈련들을 장/단기적으로 습관화해서 했었고(하고 있고), 그렇게 얻은 것들이 제 삶과 업무에 큰 도움이 되고 있어요.
- 매일 저널 쓰고 루틴 기록하는 템플릿 쓰면서, 내가 이걸 충분히 잘 써먹고 있는지 회고하고, 주기적으로 템플릿 개선 (관련글: 그거 다 어디에 기록하세요?)
- 철봉 매달리기 시간을 늘리기 위해 LLM과, 턱걸이 고수들과 함께 운동 계획 설계하고, 조정하고, 습관화해서 60초 미만 → 90+초까지 늘림
- 김창준님의 인지적 시각화 교육을 듣고, 2주간 매일 태블릿과 피그잼으로 시각화하는 훈련. 이후 시각화 교육도 하고 블로깅, 업무에서도 많이 씀 (관련글: 의도적 시각화 훈련으로 보름만에 태블릿 뉴비 탈출하기)
- (요즘 하는 일) SNS에 거의 매일 글 쓰면서, 어떤 SNS에 언제 어떻게 글을 쓰면 사람들이 반응하고 구독자가 늘어나는지 관찰하고 조정
여러분은 어떤 좋은 습관을 만들고 싶으신가요?
추가 자료
오늘 제가 다룬 내용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으시면 다음 자료를 참고하세요.
- The Fogg Model: Habit Weekly에서 Fogg 행동 모델에 대해 정리한 글입니다.
- I Studied with the Head of Stanford's Behavior Lab: Here’s What I Learned About Creating Lasting Change: Tony Perzow가 BJ Fogg의 연구실에서 Tiny Habits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배운 바를 정리한 글입니다.
- 습관의 디테일: BJ Fogg의 <Tiny Habits>의 한국어 번역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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